북한은 당 또는 국가적 주요 행사를 치른 후 다음날 아침 방송을 통해 행사에 참석했던 고위인사(지도부)의 명단을 발표하는데 이를 "주석단명단"이라 부른다.

주석단명단은 각자의 정치적 위상을 반영하여 작성, 발표된다. 그래서 남한에서는 이를 "주석단서열" 또는 "권력서열"로 이해하고 있다.

'당내의 당' 당 조직부에서 작성/의전용이지만 정치풍향 가늠

원래 북한에서 말하는 주석단이란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대회나 회의 등에서 그 사업을 지도하고 집행하기 위하여 구성하는 지도성원들이 있게 마련한 자리"(主席壇)와 그러한 지도성원들의 "집단"(主席團)을 말한다. 주석단명단이나 주석단서열이라는 말에서 "주석단"은 물론 후자의 의미에서이다.

주석단명단은 "당내 당"으로 불리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에서 작성하며 참석자들은 명단의 순서에 따라 주석단(主席壇)에 등단하고 자리를 잡는다. 북한의 신문이나 방송도 명단의 순서대로 참석자를 열거하거나 호명한다.

북한이 발표하는 주석단서열(주석단명단)은 1990년대 말을 기점으로 그 이전과 이후 얼마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1990년대 말까지 주석단서열은 대개 당중앙위 정치국 위원, 군부핵심(호위사령관·총정치국장·총참모장), 정치국 후보위원, 당중앙위 비서, 인민군 차수, 부총리, 우당(청우당·사민당) 책임자 순으로 이루어졌으며 이것이 오랜 패턴으로 자리잡아 왔다. 그러나 1990년대 말 이후, 특히 헌법 개정과 함께 김정일시대가 공식 개막된 다음에는 군부핵심그룹의 서열이 내각 총리보다도 앞서는 현상을 보여주었다. 이는 이른바 선군정치(先軍政治)로 대변되는 군부득세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주석단서열이 북한 권부의 정치지형을 나타내는 하나의 척도가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본적으로는 의전서열에 가깝다. 즉 이것이 반드시 권력의 강약과 정확히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김광인 기자 kk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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