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왔던 탈북자가 다시 북한으로 들어가 국경지대 주민들을 대상으로 탈북 방지 강연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까지 왔던 탈북자가 북한으로 복귀한 것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탈북자는 1996년 한국으로 들어 온 남수(43)씨로 작년 7월 중국으로 출국한 뒤 그동안 잠적 상태였다.

중국의 북중 국경지대에 거주하는 소식통이 전한 바에 따르면 북한의 한 방송은 지난 18일 오전 남씨가 남한을 벗어나 다시 북한으로 돌아왔다고 보도했다고 한다. 또 다른 소식통은 현재 그는 북한을 탈출했다가 다시 돌아온 ‘모범’으로서 국경지방에서 탈북 방지를 위한 강연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 정보 당국도 남씨가 중국주재 북한대사관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간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96년 서울 온 뒤 재작년 결혼..9개월된 아들 남기고 떠나

함북 온성의 우산공장 지배인으로 일하다 탈북한 남씨는 홍콩을 거쳐 1996년 1월 30일 한국으로 왔으며, 작년 4월 자신이 운영하던 식당을 그만두고 중국으로 떠났다. 남씨는 한국에서 재혼한 부인과의 사이에 생후 9개월 된 아들을 두고 있으며, 식당 운영이 제대로 안되자 “남한 정부가 제대로 도와주지 않는다”고 불평해 왔다고 가족들이 전했다. 남씨는 평소 북한의 가족 이야기도 자주 했다고 한다.

남씨는 북한체제를 비판하는 탈북 동료들을 나무라기도 해 탈북인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씨와 함께 홍콩의 수용소에 있다 입국한 한 탈북자는 “대부분의 탈북자들이 홍콩까지 오는데 1~2년 걸리는데 남씨는 탈북한 지 열흘 만에 왔다고 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함북 온성에서 남씨의 이웃에 살았던 한 탈북자는 “우산공장에서 잘못을 저질러 노동단련대로 간 후 사라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가 남쪽으로 간 뒤에도 가족들에게는 아무런 피해가 없었다"고 말했다.

남씨의 주변 사람들은 그가 한국 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자발적으로 북한으로 돌아갔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지만, 탈북할 당시부터 다른 임무를 띠고 있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 김미영기자 miyo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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