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국가예산 수납체계'를 바꾼 것은 내각의 성(省)과 관리국의 권한을 높여 예산을 적재적소에 자체적으로 투입하게 함으로써 내각의 경제관리능력을 한층 강화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번 조치의 특징으로는 내각의 성과 관리국이 기업소의 예산납부에 대해 책임지지 않고 예산수납계획을 작성해 하달하기만 하던 `계획기관'의 성격에서 벗어나 `예산수납 집행기관'으로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꼽히고 있다.

예전의 `지역별 국가예산 수납체계'에서는 기업소가 내각의 성. 관리국으로부터 받은 계획에 따라 재정성에 예산을 직접 납부했기 때문에 내각의 성 및 관리국이 납부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었고 산하 기업소의 생산계획에 차질이 빚어졌을 경우 이를 해결할 자금도 갖고 있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결국 기업소→재정성으로 이뤄지던 거래수입금, 국가기업 이익금, 감가상각금, 협동단체 이익금, 중앙국가재산 판매 및 기타 수입금 등 예산 수납의 흐름이 기업소→내각 성 및 관리국→재정성으로 바뀜에 따라 내각 성. 관리국이 경제계획 관리 차원에서 어느 정도 자금 융통성을 갖게 된 것이다.

따라서 내각 성. 관리국이 예산을 납부받아 기업소 운영ㆍ관리 차원에서 일부를 자체적으로 집행하고, 남은 예산을 납부금 형태로 재정성이라는 국고에 납부하게 된 것이다.

북한의 경제연구 최근호(2000년 4호)도 '생산부문의 성. 관리국이 자체의 자금 원천을 가지고 그에 기초하여 수입과 지출을 맞추어 나가는 것은 국가의 통일적인 지도 밑에 생산과 함께 재정을 책임지고 관리해 나가기 위한 필수적 요소'라고 강조했다.

지난 99년 말부터 기업소 해체가 눈에 띄고 올들어 공장들이 다시 기업소 단위로 묶어지는가 하면 이들 기업소가 내각의 연합회사 산하에서 총체적으로 관리, 운영되고 있는 것도 국가예산 수납체계 변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내각의 성. 관리국의 책임이 커지기는 했지만 실적이 부진한 기업소를 재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내각의 성 및 관리국이 기업소에 조성된 수입금을 통계상으로가 아니라 행정적 방법으로 매일 현물 또는 현금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됨에 따라 분기ㆍ반기ㆍ연간 결산 및 재정총화제도가 정연하게 확립된 것이 또 하나의 특징으로 손꼽힌다.

국가 차원에서 볼 때도 내각의 성, 관리국에서 예산수납활동을 파악하는 것이 손쉬워져 예산수납 활동을 종합 분석하고 관련 대책을 제때 수립할 수 있는 여지가 마련된 것이다.

경제연구지는 이러한 `부문별 국가예산 수납체계'에 대해 '중앙예산 소속 기관, 기업소들의 예산수납활동에 대한 국가적 통제를 전면적으로 실현할 수 있게 하는 매우 우월한 예산수납체계'라고 강조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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