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친필'사인'
훈장보다 더 인정

북한에서 인기있는 ‘훈장’은 김일성 명함 시계다. 명함시계의 문자반에는 김일성의 이름이 빨간색 그의 필체로 새겨져 있다.

보통사람은 구경하기도 힘든 오메가 티쏘 랑코 등 스위스제 최고급 손목시계로 만들어지는 명함시계는 1972년 김정일의 제의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일무장투쟁시기 김일성이 동료였던 안길에게 자신의 손목시계를 변치 않는 의리의 상징으로 준 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북한에서 손목시계는 귀한 물건이고, 스위스제라면 말할 것도 없다. 당과 수령에 대한 충성심을 유도하는 데는 그만이다.

명함시계에도 등급이 있다. 중앙당 부부장급 이상 간부와 영웅메달을 수여 받은 공로자 및 김정일의 측근들에게는 수천 달러를 호가하는 순금 오메가 시계가 하사된다. 이 시계는 국기훈장1급 이상의 공로로 인정되며 훈장과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 지금까지 명함시계를 받은 사람은 수만 명에 달하지만 금시계를 받은 사람은 수백 명에 불과하다.

북한과 스위스와의 관계가 좋은 데는 북한의 시계 구입이 한몫 한다는 소문도 있다. 그러나 북한이 명함시계를 주문하면서 김일성 이름을 오메가 상표보다 위쪽에 새겨 달라고 해 마찰이 인 적도 있다고 한다.

부부장급 이상 당간부들에게 수여된 금 명함시계는 1982년 새것으로 대거 교체해 주었으며, 1992년에는 새로 승진했거나 82년에 못 받은 사람들에게 수여됐다. 금 시계가 아닌 일반 명함시계는 특별한 행사 때 숨은 공로자를 표창하면서 수여된다. 훈장이나 표창장과 함께 명함시계도 배정되는데 모든 사람들은 그 어떤 훈장보다도 명함시계 받기를 원한다.

강도들도 명함시계만은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 어디 가서 팔 수도 없지만, 명함시계를 건드렸다가는 정치범으로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강철환기자 nkc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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