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가스 중독사고 잦아...
순찰조가 가구마다 순회

북한에서는 이미 첫눈이 내렸다. 북한 주민들의 월동용 주연료는 석탄과 땔나무이다. 석탄을 공급받는 세대에서는 각 가정에서 진흙과 석탄을 배합해서 직접 연탄을 만들어 사용한다. 아파트 건물들은 대부분 이 연탄을 사용한다.
사진설명 : ◇겨울 땔감을 마련해 지고 가고 있는 북한 주민.
때문에 연탄가스 중독사고가 잦다. 주민들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하기도 한다. 밤중에 순찰조를 조직하여 각 세대를 돌아보고, 불러서 반응이 없으면 문을 열고 들어가 중독 여부를 확인한다.

90년대 후반 석탄이 부족해지자 각종 대용 연료와 연료절감장치를 고안, 보급하고 있다. 대용 연료로는 톱밥, 화력발전소의 연재(연재, 그을음), 생석회와 석탄을 혼합한 소성탄 등이 북한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심지어는 물과 기름을 섞은 「물기름」마저 연료 절약의 사례로 소개되고 있으며, 자동차의 경우 잡관목과 숯을 사용하는 목탄차가 사용되기도 한다. 기업소나 농장에서는 메탄가스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가축의 배설물로 가스를 생산하는 「액상발효법」과 이보다 생산성이 높은 「시루식 고상발효법」을 사용하는 볏짚 메탄가스 등 연료난 극복을 위한 인민들의 노력은 눈물겹다.

그나마 이런 연료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은 나은 편이다. 대부분의 북한 주택은 아궁이를 사용하기 때문에 겨울철 땔감 구하기가 겨울나기에 필수적이다. 오랜 기간의 남벌과 도벌로 인해 땔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에서 잡목과 장작과 같은 땔감 마련은 겨울철의 주요 가사노동이다. 공장·기업소에서는 가을이 깊어지면 땔감 마련을 위해 1주일씩 휴가를 주기도 한다. 세계식량계획(WFP)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겨울에도 땔감 마련을 위해 지게를 지고 다니는 여성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북한 당국에서는 난방 및 취사용 땔감 마련을 위해 아무 곳에서나 잘 자라는 아카시아 나무를 많이 심을 것을 장려하고 있지만 단기적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북한 주민들은 추위를 막기 위해 집안의 조그마한 구멍이나 틈도 생기지 않도록 창문에 비닐을 덧씌우고 창호지와 문풍지를 바르는 것으로 월동준비를 시작한다. 주민들에게는 두툼한 방한복과 모자·속옷·양말 등이 필수적이지만 제대로 공급받을 수가 없다.

이처럼 어려운 북한에서도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는 행운을 맛보는 지역도 있다. 한반도에서 가장 뜨거운 온천이 솟는 황해남도 온천군에서는 온천수와 지열을 생산현장의 난방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올해 여름에는 스위스의 비정부기구인 예수재림파구호기구(ADRA)가 일부 지역의 고아원·유치원·탁아소 등지에 태양열 부엌을 마련해주기도 했다. /최용환 객원기자 younghw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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