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출신,
남한남자 자상
여자들 살기좋아
20살의 발랄한 북한 처녀 황보영.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두만강을 넘었다. 왜 북한을 떠나야 하는지 고민할 겨를도 없었다. 중국을 거쳐 작년에 한국에 왔다.
그는 북한에서 아이스하키 선수였다. 함경북도 청진에서 태어나 12살부터 김책제철소체육단에서 뛰었고,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한국에서도 몇 안 되는 여자아이스하키 선수로 뛰고 있다.
◇사진설명: 1999년 남한으로 온 황보영양.(사진:김진평기자)
그는 일반적인 북한처녀의 이미지가 아니다. 얌전하거나 고분고분한 스타일이 아니라고 스스로 말한다. 대화도 거침이 없다. 남한 남자들에 대한 생각도 스스럼없이 털어 놓았다.
"남한 남자들을 보기 전까지는 남자는 다 똑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여자를 대하는 남한 남자들을 보니 부드럽고 잘 대해주고 세련되고 능력 있어 보였어요. 자상하고 여자한테 잘 해주는 남한 남자가 왜 좋지 않겠어요. 남한이 여자한테는 좋은 사회인 것 같아요"
그는 TV를 보면서 탤런트들이 입고 다니는 옷과 유행을 익히고 나름대로 옷을 잘 입으려고 하지만 잘 안 된단다. 여자들이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니는 것이 너무 멋있게 보여 용감하게 한 번 입고 나갔지만 주위시선이 몽땅 다리로 쏠리는 것 같아 당분간은 입지 않기로 했다. 그래도 미니스커트가 좋고, 언젠가는 입고 말 각오라고 했다. 그러나 유행도 좋지만 너덜너덜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다니는 남한 젊은이들을 보면 달려가서 기워주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수영장에 갈 기회가 있어 5만원을 주고 예쁜 수영복을 준비했지만 막상 수영장에 가서는 차마 입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여자들이 담배를 피우는 것에 대해서는 북한식 과격한 표현까지 써가며 흥분했지만 술은 가끔 집에서 혼자 맥주나 소주를 먹어 본다고 했다.
랩이 들어가는 빠른 템포의 노래는 “혀가 따라가지 못해” 잘 부르지도 못하지만 재미도 없단다. 그의 애창곡은 ‘사랑을 위하여’ ‘만남’ 등이다.
그는 북한에서 형성된 자신의 가치관 중에서도 지킬 것은 지키면서 남한 사회에 적응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김미영 객원기자 miyoung@chosun.com
김미영기자
miyou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