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사월간지 ‘문예춘추’ 12월호가 작년 2, 6, 10월 3차례에 걸쳐 행한 김정일 위원장의 육성발언록을 입수했다면서 그 내용을 공개했다. 그것이 진짜 자료라면 그가 전투적인 반미·반남(반남) 본질론에서 “통일 위해선 누구와도 손잡고 가야…” 전술로 급속히 바뀐 그간의 사정을 짐작케 한다. 작년 까지만 해도 그의 언급은 너무나 분명했다. 우선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기만정책’이며, 우리의 ‘교류’ 추구는 ‘북반부에 부르주아 바람을 불어 넣으려는 것’이라는 것이었다.

작년 6월 김 대통령에 대한 그의 평가는 “수령님은 김대중이 민족주의자면서 애국주의자라고 말씀하셨다… (김대중은) 수령님의 사랑과 배려, 동지적 신뢰에 대해 배신했다… 김대중은 야당시절 민주화를 외치며 우리에게 접근했으면서도 신뢰와 의리를 버리고 반사회주의 반통일 책동에 광분하고 있다”로 돼 있으니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남쪽의 반독재 활동가이자 현재의 국가원수인 인사에 대한 그의 설명이 심히 해괴하고도 도무지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다. 남쪽에서 누가 야당투쟁을 하든 대통령이 돼 국가를 경영하든, 그것은 이쪽의 소관이지 그쪽에서 ‘애국자’다, ‘배신자’다, ‘배려’다, ‘의리없다’ 말할 일이 아닌데 말이다.

그무렵 그는 주한미군에 대해서도 “지체없이 나가야…”로 일관하고 있다. 미사일 개발에서도 “사회주의의 완전승리를 위해 더 위력을 강화해야 하고, 인민군대를 강화하지 않고서는… 나라의 통일도 실현할 수 없다”는 말도 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의 작금의 변화는 대체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북한의 본질이 기본적으로 변한 것인가 아니면 다만 남한의 ‘돈’과 ‘지원’을 끌어들이기 위한, 남한을 ‘북한판(판) 햇볕전술’로 무장해제시키기 위한, 그리고 김 대통령과 클린턴 재임시에 최대한의 수확을 거둬들이기 위한 전술적 변화인지 우리는 심각히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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