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폐 핵연료봉 8000여개에 대한 재처리 작업을 마쳤으며, 2기의 원자로 건설 작업을 재개했다고 미국측에 통보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북한은 4~6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확보한 것이다. 그동안 한·미·일 정부가 재처리야말로 북한이 절대 넘어서는 안될 선(線)이라고 경고해 왔다. 그러나 북한은 이번 통보를 통해 이런 경고를 무시하고 비웃었다.

만약 ‘재처리 완료’라는 북한 주장이 사실이라면 앞으로 닥칠 상황은 두가지다. 하나는 북한이 전격적으로 핵실험을 실시한 뒤 핵보유를 선언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핵물질을 몰래 국제 테러리스트나 불량국가들에게 판매하는 것이다.

어떤 경우가 됐든 그것이 행동으로 옮겨지는 순간 한반도에는 핵 재앙이 밀어닥치게 돼 있다. 그리고 북한의 핵 보유가 확인되는 순간, 일본을 비롯한 동북아 전체가 핵무기 경쟁에 나서는 ‘핵 도미노 현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를 그냥 묵인할 리 없다. 이 말은 그만큼 전쟁이라는 단어가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선다는 뜻이다.

그러나 정작 한국 정부의 대응에서 그 어떤 긴박감이나 위기의식도 찾기 힘들다. ‘굿모닝 게이트’를 놓고 대통령과 참모들이, 또 이들과 돈을 받았다는 여당 대표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는 보도는 있었지만, 나라의 운명이 걸린 북핵 문제를 놓고 현정부가 대책을 마련하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소식은 없다.

북핵 문제의 ‘당사자가 누구인가’하는 논란과, ‘평화적 해결’이란 공허한 구호만 외치고 있을 뿐이다. 주변 4강들 조차 한국 외교·안보 분야의 수뇌부들을 ‘아마추어’ 취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북핵 문제의 현상태를 국민에게 소상하게 알리고, 지금의 위기를 헤쳐나갈 국가적 차원의 힘을 결집해야 한다. 먼저 ‘핵을 가진 북한과는 공존할 수 없다’는 원칙과 그에 부응한 행동을 준비하는 게 그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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