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검사의 대북송금 사건 수사 발표문에 없던 내용들이 언론의 사후 취재를 통해 뒤늦게 알려지고 있어 국민을 놀라게 하고 있다. 새로 알려진 내용의 중대함이 우선 그렇고 특검이 이런 사실들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 또한 그렇다.

한겨레신문이 보도한 특검 수사기록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북송금이 실정법상 문제점이 있음을 보고 받았으나 묵인했다는 임동원씨의 진술이 들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특검은 김 전 대통령이 위법행위에 개입했다는 정황을 파악하지 못해 조사하지 않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사건 핵심관계자의 중대 진술을 특검이 왜 무시하고 다른 발표를 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또 북한이 남북정상회담 전에 돈을 보내지 않으면 정상회담에 차질이 있을 것이라고 정몽헌씨에게 말했다는 현대측 김윤규씨의 진술, 정몽헌씨가 현대상선 사장에게 대북송금 자금 마련을 지시하면서 “급히 정부에 돈을 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는 진술 등은 대북송금이 현대의 사업대가가 아니라는 중요한 정황이지만 특검 발표문엔 없었다.

외환은행 관계자가 중국은행 서울지점을 통해 송금하면서 그들에게 “북한으로 가는 돈이니 한국 사람 모르게 해달라”고 부탁했다니 이렇게 한심스러울 수가 없다. 중국에는 남북 뒷거래를 제 발로 환히 다 알려주다시피 하면서 한국 사람만 모르면 된다고 생각했다니 중국인들의 비웃음이 들리는 것 같다.

산업은행에 있던 이근영·박상배씨가 거짓말 입맞추기를 해 국회와 국민을 속인 일, “나는 잘 몰랐다”던 이익치씨의 말을 뒤집는 정몽헌씨 진술, 산업은행으로부터 대북송금액 2억달러 외에 회사 운전자금 1700억원을 더 얹어 받아낸 현대상선 사장의 행태 등 갖은 부끄러운 일들이 뒤늦게 드러나고 있다.

어려운 여건에서 고생한 특검이 아쉬움을 남기는 것은 결국 정치적으로 너무 좌고우면한 때문이란 사실을 관계 당사자들 모두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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