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노동당 창당기념행사 등 북한내부 행사일정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으나 우리가 보기에는 북한이 의도적으로 남북회담에 난기류(난기류)를 조성하는 것 같다. 북한은 당초 남북회담에서 얻고자 한 비전향 장기수 송환과 식량지원을 확보한 상태에서 회담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더구나 앞으로의 회담은 자신들이 내켜하지 않는 ‘제도화’에 관한 논의가 주류를 이룰 것이기 때문에 쉽게 응할 까닭이 없는 것이다. 북한이 1차 경협 실무자 접촉에서 식량 60만t을 확보한 후 투자보장협정, 이중과세 방지협정 등 경협의 제도화를 구체적으로 논의할 2차 실무접촉을 무기한 연기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며, 이산가족 문제의 제도화를 회피하기 위해 시범적 생사확인과 2차 이산가족 교환방문에도 전혀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경의선 복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북한의 그러한 내부인식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최근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함에 따라 남북회담의 소강상태는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기본정책이 남북관계보다 대미관계 개선에 주안점이 있는데다 이달 중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방문에 이어 클린턴 대통령의 연내 북한방문 가능성도 높아 북한은 일단 거기에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북한이 남한을 ‘미국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