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관계 정상화는 한반도에 삼각구도가 정착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갖게 하는 측면이 있지만 북한이 국제사회에 본격적으로 진입한다는 점에서는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 미국의 안전보장하에 국제사회에 진출하겠다는 것은 지금까지 북한의 일관된 목표였다. 이번 조명록(조명록) 특사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북한은 이를 가시화하는 성과를 거뒀다. 양측은 공동성명을 통해 오랜 적대관계를 종식시키고, 상호 내정불간섭과 자주권을 존중하며, 정전협정을 공고한 평화체계로 바꾸기로 했다. 또 미사일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키로 했으며, 테러반대 국제노력을 지지하겠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무엇보다 가까운 시일 내에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하고 이어서 클린턴 대통령이 연내에 북한을 방문할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은 미·북관계가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미사일 문제와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가 없고, 정전협정의 평화체계 전환을 위한 해법을 ‘4자회담 등 여러 가지 방도’를 통해 해결하기로 한 것은 앞으로 많은 논란과 시간을 필요로 하겠지만, 결국은 해결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여기서 북한에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번 합의를 통해 한반도에 한·미를 ‘일방’으로 하고 북한을 ‘타방’으로 하는 구도가 바뀌어 새로운 삼각구도가 형성되었다고 해서 긴장완화에 대한 ‘미국과의 일방대화’가 가능해졌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남북문제는 민족 내부’ 문제라는 전제하에 군사적 신뢰구축이나 긴장완화 등 평화정착문제는 미국과 해결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정착 문제는 미국과만 논의할 수 없으며, 남북이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이점에 관한 한 한·미간의 공조는 허점이 없어야 한다.

다음으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미·북관계 정상화가 남한에 대한 ‘통일공세’의 기회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남측의 연합제와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에 공통성이 있다”는 것을 내세워 남한내부의 갈등을 조장한다면 남북관계 개선을 후퇴시킬 뿐 아니라 미·북관계도 그르칠 수 있다. 정부도 이번 미·북관계 개선이 현 정권의 ‘공(공)’이라는 자만에 빠지지 말고 새로운 질서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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