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지난해 서해교전 전사자들의 희생정신을 기리는 전적비 제막식이 열린 경기도 평택 2함대사령부 충무동산. 전사자 유가족과 참전 장병들이 오열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해군 장병 등 군 관계자들의 얼굴이 붉게 상기됐다. 흐르는 눈물을 훔치거나 애써 눈물을 보이지 않기 위해 자리를 피하는 장성, 장교들도 있었다.

“북한이 다시 도발한다면 그냥 두지 않을 것입니다. 절대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한 장성은 비통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한 영관장교는 “지난 99년 연평해전과 서해교전, 최근의 북방한계선(NLL) 상황을 비교하면 국가 및 군 수뇌부가 어떤 인식을 갖고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가를 잘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26일 이후 6월3일까지 NLL을 열차례나 침범했던 북한 어선들은 우리 군 당국이 6차례에 걸쳐 42발의 경고사격을 한 뒤 더이상 NLL을 침범하지 않고 있다. 군 당국은 각종 정보를 종합한 결과 우리측의 단호한 자세에 북측이 ‘몸조심’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반해 연평해전과 서해교전에선 ‘먼저 발포하지 말라’ ‘가능한 한 사태를 악화시키지 말라’는 국가 통수권자와 일부 군 수뇌부의 명시적 또는 암묵적 지시와 분위기 때문에 장병들의 목숨을 담보한 ‘밀어내기’ 작전이 벌어졌고, 그러나 적군의 기습을 당해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역사적으로 정치로부터 자유로운 군과 전쟁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정치에 의해 ‘왜곡’된 작전이나 작전개념의 피해는 우리의 아들과 부모형제들이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역사적 교훈을 통수권자와 군 수뇌부는 서해교전 1주년을 맞아 되새길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 庾龍源·사회부기자 kys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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