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11만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6·25 국민대회’는 오늘의 시국 상황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서울시청 앞에선 불과 얼마 전 ‘사망 여중생 추모 집회’가 열린 바 있다. 이처럼 ‘이념’이 거리에서 맞부딪치는 것은 결코 성숙한 사회의 모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우리 사회가 이처럼 이념적 이슈들이 거리에서 세(勢) 경쟁을 벌이게 된 데는 정부의 잘못이 크다.

민주사회에서 생각의 차이는 거리의 집회가 아니라 투표에 의해 표출되고 정리되는 것이 정상이다. 그리고 새로 탄생한 정부는 이 차이를 국민통합이란 더 높은 차원으로 이끌어 가야 한다. 그러나 이 정부는 집권 후 오히려 갈등을 더욱 증폭시켰고 정부의 방향 설정 과정에서 전면적으로 소외된 국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오게 된 것이다.

6·25 국민대회에 참석한 11만여명은 여느 이익단체처럼 ‘내 몫을 달라’고 떼를 쓰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나라의 안보’와 ‘경제의 안정’뿐이었다. ‘일부의 김정일 정권에 대한 맹목적인 환상’ ‘일부 전교조 교사들의 편향된 이념 교육’ ‘이상 징후를 보이는 한·미 동맹과 그에 따른 경제 붕괴 우려’ 등 대회에서 쏟아진 목소리들은 현재의 국정 방향을 걱정하는 상당수 국민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내용이었다.

‘국가 안보와 경제 안정’은 정부가 당연히 수행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다. 이 당연한 사항을 11만 시민이 거리에 나와 새삼 외치고 걱정해야 하는 것이 오늘의 시국상황이다.

대회에서 서해 교전 때 전사한 고 황도현 중사의 아버지는 아들 외에 자신의 부친도 북한의 총탄에 사망했다고 말했다. 그가 “사망 여중생은 1년 넘게 추모하면서 나라를 위해 숨진 장병들은 기억해주지 않는다”고 했을 때의 심정은 피를 토하는 것과도 같았을 것이다.

서울시청 앞에 모인 11만 시민들은 황 중사 아버지의 말을 들으며 그 가슴속에도 불기둥이 솟는 느낌이었다는 사실을 이 정부는 놓쳐서는 안 된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