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비밀송금 특검수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언행들이 최근 정부 여당에서 끊임없이 속출하고 있는 것은, 오히려 역설적으로 이번 사건을 왜 특검이 맡아야 했는가를 입증해 주고 있다. 특검에도 이처럼 노골적인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마당에 일반 검찰이 맡았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엄청난 논란 끝에 대북 비밀송금 사건을 특검이 맡게 된 것은 어떤 정치적 고려보다도 우선은 진실을 명확히 규명하는 것이 일의 순서라는 국민적 합의에 따른 것이다. 대북 송금 사건이 남북정상회담의 평가나 앞으로의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도 송금의 정확한 이유와 규모, 절차 등을 파악하고 난 뒤에야 가늠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이런 특검 수사에 대한 정치적 외압의 조짐은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남북관계와 정상회담의 가치를 손상하는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하면서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다.

노 대통령이 2일 기자회견에서도 같은 취지로 발언한 것을 전후해 민주당 총무가 “특검의 과잉수사와 구속처리는 남북화해와 통일에 대한 사법적 테러”라고 극언까지 하는가 하면, 민주당 의원 30명은 “특검 수사가 사법처리에 주력하고 있는 모습에 실망과 우려를 말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4일에는 특검법 공포 당시 이 법안에 부서(副署)했던 강금실 법무장관까지 나서 “노 대통령이 특검을 거부했어야 했다”는 말을 쏟아냈다.

이런 정치적 외풍의 파상공세에 만의 하나 특검이 흔들리게 된다면 수사 결과는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는커녕 더욱 키울 수밖에 없고 그 후유증은 집권측도 감당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이 경우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특검이 특검답게 당당하게 갈 길을 가게 해주는 것이야말로 모든 사람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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