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10기 한총련 의장으로 선출된 김형주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최종심에서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고 김씨의 유죄를 확정했다.

이번 판결은 그동안 한총련 문제와 관련해서 이 정부의 고위 인사들이 한총련의 이적성을 지적한 대법원의 기존판결과 배치되는 말과 행동을 거듭해온 터라 그 의미가 보다 각별하다고 할 수 있다.

그간 정부와 사회는 이 한총련 제10기 집행부가 ‘연방제 통일안’을 ‘6·15공동선언에 입각한 통일안’으로 강령의 일부를 개정한 것을 놓고 “그 정도면 변했다”는 동정론과 “그것만으론 곤란하다”는 원칙론으로 나뉘어 갈등을 빚어왔다. 대법원은 98년에 이어 다시 한번 기존 판례를 유지함으로써 원칙론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강령 개정과 관련해 “이는 남북관계 등 여건의 변화에 적응하여 부득이하게 취한 조치이거나 합법단체로 인정받아 활동의 자유를 확보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조치일 뿐”이라고 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한총련뿐만 아니라 정부에 주는 메시지가 적지 않다. 수배생활로 학생들이 겪는 인간적 어려움을 들어 ‘수배해제 검토’라는 목소리가 가족과 정부관계자로부터 계속 흘러 나왔었다. 대통령은 법무부에 대해 “언제까지 이렇게 둘 거냐”고 말하고, 법무부장관은 한총련 관계자들을 만나 ‘수배해제 검토’를 이야기하고, 민정수석은 한총련의장과 면담까지 했다.

그러나 그 같은 정부의 태도는 국가의 최고 법 해석기관이 한총련에 대해 이적단체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 상황에선 법치의 기본을 흔드는 행동이란 비판을 면할 길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 공은 한총련으로 넘어갔다. 앞으로도 수배학생을 양산해내는 불법지하조직으로 남을 것인지, 맹목적인 친북성을 걷어내고 참신한 21세기형 학생운동 조직으로 변신할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정부 역시 편법적인 수배해제를 거론하기보다 한총련의 분명한 변화를 유도하는 방안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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