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이번 방미(訪美)는 외교안보적 소득 못지않게 경제 측면에서의 성과가 주목되고 있다. 물론 문제의 경중(輕重)과 선후(先後)에선 당연히 북핵(北核)해법 도출과 한·미 동맹관계의 재정립, 미 2사단 재배치 보류 등의 외교 안보적 현안에 대화와 협상의 중점을 두는 것이 마땅하다.

우리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불안요인의 상당 부분이 안보적 불확실성과 한·미 동맹 이상(異狀)징후 등 경제 외부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한·미 정상이 외교안보 부문에서 공감대를 확보한다면 이 효과는 경제 쪽으로도 긍정적 작용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인텔과 월스트리트 방문을 통해 투자유치 등의 성과를 거두려면 무엇보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불안감을 덜어내고 믿음을 줄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외국기업의 한국 투자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강성(强性) 노조에 대한 우려를 덜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노조 편향으로 비치고 있는 정부 노동정책에 대한 오해가 있다면 이번 기회에 반드시 그 오해를 풀어야 한다. 동북아 경제중심 같은 막연한 비전보다 노사문제를 비롯한 경제관행 등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정립해 나가겠다고 말하는 것이 외국 투자자들의 귀에 더 솔깃하게 들릴 수 있다.

기업 회계의 투명성과 지배구조 개선을 비롯한 지속적인 구조개혁 의지를 미국 재계의 투자자들에게 납득시켜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한국은 매우 역동적인 ‘기회의 나라’일 뿐 아니라 믿고 안심할 수 있는 투자처라는 확신을 심어 주라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외교 안보부문에서 좋은 시작을 보이고, 경제측면에서 바람직한 마무리를 짓는 것이 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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