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내일 미국 방문길에 오른다. 다른 어느 때보다 이번 노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은, 그만큼 한·미 사이에 중요하고 급한 일이 많다는 뜻이다.

노 대통령이 방미 중 다뤄야 할 이슈들은 하나같이 만만치 않다. 우선 북핵이라는 대형 안보위기에 대한 한·미 공동의 해법을 찾아야 하고, 노 대통령 취임 이후 심상치 않은 균열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한·미동맹을 다시 정상궤도에 올려놓는 것도 필요하다. 그리고 한국의 상황을 때론 불안한 눈으로, 때론 탐탁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는 미국 경제계를 설득해 다시 한번 한국 투자와 교역 붐을 만들어내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시각으로 오는 15일 오전에 있을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은 노무현 정부, 더 나아가서 우리나라의 장래에 직접적이고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만남이다. 결론부터 말해 노 대통령은 최우선적으로 이 회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어야 한다. 지금 우리를 둘러싼 안보·경제환경이 그리 느긋한 처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한 시간 남짓한 정상회담에서 그동안의 오해가 눈 녹듯 풀리고 묵은 상처에 새살이 돋기를 기대하거나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이 정상회담은 이제부터는 한·미관계가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주고, 북핵문제도 한·미 두 나라의 공조를 통해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노 대통령은 그간 양국 사이에 있었던 불신과 오해를 풀 수 있도록 부시 대통령과 솔직하면서도 논리적인 대화를 갖는 게 필요하다.

한·미관계가 제자리를 찾도록 하려면 노 대통령 스스로가 국내 정치의 이해득실을 떠나 오직 국익(國益)만을 생각하는 태도와 어법(語法)을 보여주어야 한다. 북핵 문제 해결, 외국투자 유치와 경제활성화에 무엇이 필요한가를 생각해보면 그 답은 분명해진다. 국민은 지금 한·미 두 정상이 활짝 웃으며 손잡는 15일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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