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주 베이징 3자회담에서 북핵(北核)문제 해결을 위한 ‘새롭고 대범한 제안’을 내놓았다고 한다. 국내외 언론 보도와 정부측의 비공식 설명 등을 종합해 보면 북한은 핵 포기 대가로 체제 보장과 경제적 지원을 요구하면서 이를 위한 미·북 포괄협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이 같은 제안은 평화적·외교적인 북핵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변화다. 하지만 북한이 베이징회담에서 포괄협상을 제안하면서 동시에 ‘이미 핵을 보유하고 있다’고 시인한 대목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식 화전(和戰) 양면 전략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미 양국은 협상의 기회는 계속 살려가되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둔 전략을 짜야 할 것이다. 먼저 북한이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면서 포괄협상을 제안한 배경을 정확히 읽어내야 한다.

그리고 협상의 출발은 북한의 잘못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북한의 핵 개발은 91년 ‘한반도 비핵선언’과 94년 제네바 합의, 핵확산금지조약(NPT) 등 국제 규범을 모두 위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만 관심이 있을 뿐 핵을 개발할 의사가 없다”고 공언해온 북한측의 공식 발표를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책임을 분명히 해놓지 않은 상태에서 대북 지원이나 체제 보장이 이뤄진다면 북한과의 협상이 ‘북한의 잘못을 보상(補償)하는 것’으로 바꿔져 버린 과거의 악습을 되풀이하는 것은 물론, 협상이 순조롭지 않을 경우 북한이 거꾸로 이것을 핵 보유의 명분으로 이용하려 들 수도 있다.

그리고 이번 북핵 포괄협상을 통해 북핵문제의 뿌리를 뽑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언제까지 북한 핵 도박의 볼모로 잡혀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북한이 핵을 포기했다는 점을 확인하고 감시할 수 있는 철저한 검증체계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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