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적십자회담의 우리 쪽 ‘공동취재단’에 포함된 조선일보 기자가 북한당국의 입북(입북)거부로 장전항에서 하선(하선)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번 평양 정상회담 때도 북한당국은 조선일보 기자의 입북을 거절했다가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한 우리정부 당국자들의 일관된 원칙고수로 마지막판에 평양에 갈 수 있었다. 북한의 이러한 태도는 그간의 조선일보의 보도와 논조가 북한당국자들이 보기에 심히 ‘마음에 들지 않는 것’으로 비쳤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남북 간의 ‘6·15 선언’은 서로가 상대방의 ‘다름’을 인정하는 대전제하에서 비롯된 것이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남쪽의 자유민주사회는 의견의 다양성을 전제로 하는 체제이기 때문에, 거기엔 북한 측과는 전혀 상반된 가치관을 가진 언론도 당연히 있게 마련이다. 북한 측이 진실로 ‘6·15정신’에 투철할진대는 남쪽사회의 이런 본질적인 특성을 인정하고, 그 ‘다른 가치관’이 향유하고자 하는 양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에 점차 익숙해지는 것이 남북 간의 성공적인 공존실험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믿는다.

그렇지 않고 남쪽의 특정한 견해와 언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다른 것도 아닌, 남북문제를 다루는 취재현장에 접근조차 못하게 한다면 그것은 ‘서로 다름’ 속에서 공존·상생하자는 ‘6·15정신’의 근본취지를 탈색시키는 것밖엔 안 된다. 우리의 가치관으로서는 북쪽의 보도매체들이 그동안 남쪽에 대해 심히 적대적인 논조를 펴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남한취재를 사절하거나 반대하는 일 만큼은 없었다고 믿는다.

이러한 유감표명과 함께 우리는 우리 정부도 본(본)과 말(말)을 투철하게 변별할 것을 당부하고 싶다. 북한 당국은 지금 남한언론 길들이기와 특정견해 소외시키기를 치밀하게 진행시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이 먹혀들거나 우리가 그것에 말려들 때 우리는 조선일보의 취재활동 여부를 떠나 우리사회의 양보할 수 없는 핵심가치들을 ‘북한의 눈밖에 나지 않으려고’ 하나 하나 스스로 버리는 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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