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문화예술과 스포츠 교류가 다방면에서 추진되고 있다. 스포츠 분야에선 시드니올림픽 공동응원단 구성과 월드컵 분산개최를 논의중이다. 문화예술 쪽에서도 합작과 공동연구가 거론되고 있다. 불세출의 레슬러 역도산(역도산)의 일대기를 남북이 합작해 영화로 만든다는 얘기도 들린다. 방송사들도 다투어 공동제작 프로그램을 모색하고 대형 이벤트를 기획중이라고 한다. ▶분단 50년 동안 남과 북의 이질화는 심화됐다. 언어의 쓰임새나 뜻이 다른 게 많고,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추구해온 북의 예술도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따라서 분야별 교류를 통해 동질성을 넓혀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자면 먼저 북한의 실상을 바로 알아야 하고, 원칙을 지키면서 서둘지 말고 한걸음씩 추진해 나가되 줏대를 잃어서는 안 된다. ▶줏대란 말이 나온 김에 설익은 북한 소재들을 재미로 쏟아내는 요즘 TV의 오락경쟁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 말풀이 퀴즈, 북한 노래경연, 춤배우기 등 북한 따라하기가 유행이다. 북한 관련 프로그램과 영화편성도 부쩍 늘어 남한방송인지 북한방송인지 헷갈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 같은 유행만들기나 북한 따라하기는 가치관의 혼란을 일으킬 뿐 동질성 회복에는 ‘별로’일 것이다. ▶문화교류에도 넘어야 할 벽이 있고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남과 북의 예술은 목적과 방법은 물론 정서가 다르기 때문이다. 김정일 위원장은 우리 신세대 가수들의 북한공연은 인민의 정서에 맞지 않았다면서 “서울에 간 우리 공연단은 정서에 잘 맞지 않으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그러나 틀에 박힌 그들의 예술이 과연 우리 정서에 맞았을까. ‘쉬리’같은 있지도 않은 영화를 만들어 해외까지 가져갔느냐고 했다지만 ‘영화광’인 그가 영화는 상상력의 산물임을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문화교류란 어느 일방이 중단하면 그만이다. 따라서 상호주의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과거처럼 ‘웃돈’을 주며 애걸하거나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것은 교류가 아니다. 문화예술계마저 ‘한건주의’로 분별없는 경쟁을 벌이거나, 무비판으로 북한문화를 따라하는 것은 줏대를 꺾는 행위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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