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문제만 나오면 바짝 움츠러드는 한국정부의 이해못할 태도는 이제 자칫 국제사회의 조소거리가 될지도 모르게 됐다. 사상 처음으로 유엔인권위에 상정된 북한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결의안 표결에 한국정부가 불참키로 한 결정에 대해 과연 어떤 나라가 이해와 공감을 표해줄지 의문이다.

유럽국가들이 제출한 이번 결의안이 채택될 경우 북한인권 문제에 중요한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결의안에 대한 한국정부의 태도는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북한인권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 나갈 것인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 된다는 점에서 주목거리가 됐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결의안 채택을 위해 앞장서기는커녕 오히려 표결 불참으로 다른 나라의 노력마저 김을 빼버리게 된 것이다.

북한주민의 인권과 관련해서는 어느 나라보다 한국이 가장 적극적일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상식일 것이다. 정부는 “현재의 한반도 위기상황에서 이런 결의안을 채택하는 것이 전술적으로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밝혔지만, 인권문제를 거론조차 못하는 ‘한국형’ 대북 접근방식이 얼마나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김창국 국가인권위원장이 국회에서 북한 인권문제에 관한 언급자체를 극구 회피한 것도 납득할 수 없는 태도였다. 불과 얼마 전 이라크 국민들의 인권을 걱정해 반전(反戰) 성명까지 냈던 국가인권위원회가 정작 헌법상 엄연히 같은 국민인 북한주민들의 인권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침묵과 외면으로 일관하는 데서는 이 기관의 존재이유마저 되돌아보게 한다.

북한의 인권개선은 남북관계가 나아진다고 저절로 따라오는 부산물이 아니다. 그보다는 인권개선 등을 통해 북한이 변할 때 남북관계의 진정한 진전도 가능할 것이다. 정부는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단기적 전술과 국제사회의 여론 등을 감안하는 장기적 전략의 득실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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