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은 어느 나라 국민인가?”
“헌법상 우리나라 국민으로 돼 있다.”

“우리나라 국민의 인권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인권위원회 업무 보고에 북한 주민의 인권 상황에 대한 보고나 대책이 왜 한 줄도 나와 있지 않나?”
“…. 유념하겠다.”

“우리나라 인권과 북한의 인권 중 어디가 더 심각한가?”“숫자나 계량적인 것으로 나온 것이 없어서….”

“엠네스티나 ‘아시아 워치’ 같은 저명 인권단체가 80년대 이후 북한의 정치범 문제나 인권 문제를 계속 제기하고, 전 세계 언론들이 북한의 문제점을 보도하는데도 모른다는 것인가?”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다.”

14일 오전 국회 법사위 회의장. 국가인권위원회의 올해 첫 업무보고에서 김창국(金昌國) 인권위원장과 의원들 사이에 오간 대화의 한 내용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남한과 북한의 인권상황 중 어디가 더 심각한지’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끈질긴 질문 공세에도 끝내 ‘명쾌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그 이유를 “북한 인권의 실체를 모르고, 섣불리 답변드리기 뭐해서”라고 설명했다. 대화 중간 “개인적으로 어떻게 (북한 인권 문제를) 검토할지 판단이 잘 서지 않아서”라며 말끝을 흐리기도 했다.

인권위는 얼마 전 중동의 한 나라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대해 여러 날 동안 치열한 내부 토론을 거쳐 대통령의 파병 제안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 국민적인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올해에는 국가보안법 개폐 등 10대 인권과제 해결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인권 문제를 놓고 치열한 내부토론회나 공청회를 주최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인권위 내부에서 조만간 북한 동포들의 인권 문제에 대한 진지하고 균형 잡힌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方聖秀기자·정치부 ssb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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