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북한에서 좋은 진전을 이루고 있다”는 부시 미국 대통령의 엊그제 발언이 눈길을 끄는 것은, 작년 가을 북핵 위기가 다시 등장한 뒤 미국 대통령의 입에서 처음으로 ‘낙관적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라크 전쟁이 미국의 일방적 승리로 막을 내려가는 시점에서 부시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언급하면서 “매우 희망적” “매우 좋은 뉴스”라는 표현을 썼다는 것만으로도 한반도에 드리워진 북핵 위기의 중압감을 상당부분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는 이 같은 낙관적 전망이 현실화 될 수 있도록 외교가 제 몫을 해야 할 때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북핵 문제를 다루는 다자(多者)회의에 대한 우리 나름의 전망과 비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지난 12일 “회담 형식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데 이어 부시 대통령이 “다자회담이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라고 말한 만큼 북핵 관련 다자회의가 얽히고 설킨 북한 핵문제를 푸는 외교적 틀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먼저 다자회의의 성격을 분명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 회의는 한·미 정부와 국제사회가 김정일 정권에게 ‘핵 고집 고립과 재앙’, ‘핵 포기 지원과 공존’이라는 두개의 길 중 한쪽을 선택하도록 분명히 요구하는 자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국제사회가 이 부분에서 일치된 목소리만 낼 수 있다면 북핵 문제는 의외로 쉽게 풀려나갈 수도 있다.

그러나 회의에 참가한 각 나라들이 엇갈린 주장을 편다면 해결은커녕 위기만 키울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결국 한·미 양국이 어떻게 국제공조를 만들고 유지하는지에 일의 성패가 달린 셈이다.

국제공조가 제 기능을 하려면, 체제 보장과 경제적 지원이라는 북한측 요구를 어떻게 나누고 부담할 것이며 또 회의 과정에서의 역할 분담이라는 세부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공통의 전략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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