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3~24 양일간 있을 올브라이트 미(미)국무장관의 한국 방문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우리의 관심을 끌기에 족하다. 외교부 당국자는 ‘김 대통령을 예방해 정상회담 성공을 축하하고 이정빈 외교통상부 장관과 양국 현안을 놓고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그의 방한목적은 보다 복잡다기한 성격을 띠고 있는 것 같다.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한 미국 행정부의 궁금증 해소 차원이라면 김대중 대통령이 회담직후 이미 전화를 통해 클린턴 대통령과 대화를 가졌고, 또 황원탁 외교안보수석까지 워싱턴으로 날아가 충분히 설명한 바 있다. 올브라이트 장관의 방한에 우리가 특별한 관심을 갖는 것은 바로 그같은 배경 때문이다.

평양 정상회담 결과로 나온 6·15 성명에 대해 미·중·일·러 한반도 주변 4강은 한결같이 ‘환영’ 일색으로 나왔지만, 그 이면에선 각자 나름대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득실을 저울질하고 대응책을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여기서 우리가 가장 중시해야 할 부분은 바로 미국의 반응과 한·미 공조다. 미국 역시 겉으로는 전면적인 지지와 환영을 표하고 나왔지만 6·15 성명을 보는 백악관의 시각이 그렇게 단순할 리는 만무하다. 특히 미 행정부는 장차 주한미군의 지위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예민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을 만나는 당국자들은 평양 정상회담과 관련해 미 행정부가 만에 하나 품고 있을지도 모를 의구심을 명백히 풀어주어야 한다. 김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주한미군과 북한의 미사일 개발문제도 함께 제기했고, 그에 대해 김 위원장으로부터 묵시적이나마 긍정적인(?) 답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클린턴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평양회담 결과에 대해 전면적으로 수긍하는 것은 아니다.

코언 미 국방장관은 6·15 성명 내용과 그 이후 진척될 상황과는 상관없이 주한미군은 계속 주둔시킨다고 말했다. 이와는 달리 제시 홀름스 상원 외교분과위원장은 주한미군의 철수를 고려할 때가 되었다고 역설적으로 말했다. 평양성명 발표 이후 주한미군에 대한 미국 조야의 입장과 시각이 착잡하고 복잡해졌다는 증좌다. 김대중 정부는 남북 정상회담 이후에도 미국·일본과의 공조는 굳건히 지키겠다고 말했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선 투명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우방국들로부터 쓸데 없는 의심과 오해를 받아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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