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1일로 확정된 노무현 대통령의 미국방문은 그 동안 혼선과 갈등양상을 보여온 한·미관계가 미래지향적으로 잘 추스려질 것인지, 아니면 상처가 덧날 것인지를 가름하는 결정적 분수령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노 대통령의 방미는 양국의 굳건한 동맹관계를 실질적으로 다지고 대내외에 과시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 이라크전쟁 이후 예상되는 국제정세와 북핵문제를 둘러싼 현재의 한반도 상황에서 한·미동맹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민족적 자존심’이나 ‘자주의식’ 같은 개념을 마치 ‘동맹관계’와 배치되는 것으로 인식하는 이분법적 사고는 글로벌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 노 대통령이 취임 후 한미관계의 현실적 중요성을 인식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다행스럽지만, 차제에 이번 방미를 통해 미국의 조야(朝野)에서 갖고 있을지도 모를 현 정부의 성향에 대한 불만과 우려를 해소시킬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일반 외교무대에서는 물론이거니와 특히 정상(頂上)외교에서는 솔직한 대화 못지않게 정제된 언어가 중요할 때가 많다. 대통령의 한마디는 치밀한 실무적 준비를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기 때문에 대통령의 ‘외교적 언어’의 중요성은 되풀이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싶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공조의 강화와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에 대한 국익차원의 현명한 해법 도출이 양국 정상회담의 중요한 성과가 돼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정상회담의 성공 여부는 우리 경제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미국과 대북 공조 실패하면 한국 신용등급 떨어질 것”이라는 신용평가회사 무디스의 충고를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노 대통령과 부시 미국 대통령 간의 전화 통화 내용에 한국채권의 금리가 오르내리는 것이 국제금융시장의 현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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