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권한대행과의 여야 영수회담이 대북 비밀송금 특별검사제법에 대한 의견 접근을 보지 못한 채 끝났다. 이제 사태의 시한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 시한이 14일이어서 곧 무언가 일이 터질 것 같은 긴박감이 돌고 있다.

지금 나라의 사정을 보면 여유가 없다. 안보와 경제가 동시에 휘청거리고 있다. 기업과 은행, 나라의 신용이 추락 일보 전이다. 그렇다고 특검을 되돌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여야는 ‘기본’으로 돌아가서 문제를 생각하기 바란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정도’가 아니다. 국회를 통과한 법은 위헌 요소나 실현불가능 등의 결정적 하자가 없는 한 공포돼 실시되는 것이 원칙이다. 새 대통령의 첫 국회 관련 결정이 거부권 행사라면 여야 상생(相生)과 대화정치는 헛구호가 되고 말 것이다.

특검법이 순리대로 공포되면 두 가지 길이 있을 것이다. 여야가 재협상해 이견 조항을 고친 수정법안을 내는 길과 이것이 어렵다면 특검법을 시행하면서 여야 합의로 특검에 대해 정치권의 의견을 제시하는 길이다. 어느 쪽도 가능하다고 본다.

여당이 말하는 북한 자극 우려에 관해서 여야가 합의해서 의견을 제시하면 나중에라도 특검이 참고할 수 있고, 문제의 핵심인 김대중 전 대통령 기소 여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여기서 지적할 것은 여당은 대북 뒷거래를 수사하면 남북관계가 경색된다는 논리를 보다 설득력있게 제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의 일방적 주장으로는 사실상 실체 규명을 하지 말자는 것으로 오해받기 십상이며 그래서는 다수의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다.

특검법 문제는 기본과 원칙으로 풀고 빨리 국정의 최우선 순위에 국력을 집중시켜야 한다. 지금 우리에겐 이 논란에 묶여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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