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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베를린 제의’의 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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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0.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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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은 남·북 당국간 대화를 통해 경협(경협)을 활성화하겠다는데 주안점이 있다. 제의내용에는 이밖에도 한반도 냉전종식과 평화정착, 이산가족 상봉문제 적극호응, 남북특사교환 등이 있으나 핵심은 현재의 민간중심 남북경협을 당국간 경협으로 격상시키겠다는 것이다. 김 대통령이 이런 제의를 하게 된 배경은 민간중심의 경협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인식과 함께 궁극적으로는 그 자신이 꾸준히 제기하고 있는 남북정상회담을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남북 당국간 대화가 활성화되면 경협뿐 아니라 정치문제 논의도 가능해져 잘하면 정상회담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제의의 기조(기조)는 호혜적이기보다는 시혜적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북한이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 “우리 정부는 북한당국의 요청이 있을 때에는 사회간접자본 확충과 농업구조개혁 지원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등의 말에서 북한을 당국간 회담으로 끌어내려는 김 대통령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또 전례없이 사전에 ‘선언’내용을 북에 통보하고, 그것도 공식적인 북한당국이 아닌 아태평화위원회 위원장 김용순에게 보낸 것은 형식에 구애되기보다는 실질적으로 당국간 대화를 유도해 보겠다는 것이다.

김 대통령의 이러한 제의는 그러나 새로운 것은 아니다. 취임후 기회있을 때마다 강조해온 내용들일뿐더러 역대 정부들도 항상 추구해온 내용들이다. 다만 이번 제의는 북한이 당국간 회담에 응하면 “적극 지원하겠다”는 유인동기가 강조된 점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우리는 김 대통령의 이번 제의가 자칫 일방통행식 시혜로 흐를 우려가 있다고 보지만 북한이 이를 받아들여 남북 당국간 경협이 활성화될 수만 있다면 그런 우려는 불식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런 제의를 하려면 사전에 다양한 경로를 통해 북한의 의사를 타진한다든지 아니면 내부적으로 북한이 이런 제의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충분한 판단이 선 다음에 하는 것이 일의 순서라고 본다. 그렇지 않고 ‘정치적’인 제의로 끝나게 되면 과거처럼 ‘메아리없는 소리’에 그칠 우려가 있다. 북한은 전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은데 우리만 ‘격식’까지 파기해 가면서 대화를 요구하다 거절당하면 또한번 실망하게 되는 것이다. 이점에서 이번 베를린 제의에서 북한과 사전에 충분한 교감을 했다는 흔적을 찾기 어렵다는 것은 유감이다. 그래서 야당일각에서 총선을 앞둔 선거용 제의라는 말이 나오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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