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차 이산가족 평양상봉에서 납북선원과 남쪽의 어머니가 처음으로 만난 것이 납북자문제를 이산가족문제 차원에서 해결하는 단초가 될 것으로 보는 모양이다. 납북자 문제 해결이 요원한 상태에서 이러한 방식의 만남이라도 이루어진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라면 모르되, 그것이 곧 납북과 이산을 같은 차원에서 다루려는 태도라면 천부당 만부당하다. 납북자나 국군포로는 강제로 북한에 억류된 사람이며 이산가족은 전쟁이나 다른 사연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자의에 따라 남북으로 헤어진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납북자 문제 등은 북한의 비전향 장기수 송환처럼 국가가 총력을 기울여 정면으로 다뤄야 할 사안이다.

우리는 동진호 갑판장인 강희근씨를 만나고 돌아온 그의 어머니를 기자들과 분리시키려고 차에 태워 빼돌린 뒤 그나마 집에까지 데려다주지도 않고 강화대교 근처에 아무렇게나 내려주고 가버린 우리 당국의 행태로 보아 우리의 기대가 얼마나 무망한가를 새삼 깨닫지만 그래도 우리는 납북자와 국군포로의 송환노력을 여기서 접을 수는 없다는 것을 명백히 밝히고 정부도 납북가족의 염원을 풀어주는 데 다시 나서주기를 간곡히 당부한다.

정부는 북이 “북한에는 국군포로는 말할 것도 없고, 의거입북자는 있어도 납북자는 한 명도 없다”며 이들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그에 대한 차선책으로 문제를 이산가족 차원에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공권력이 자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산가족 차원의 문제해결 방식은 이번에 드러났듯이 북한의 정치선전에 철저히 악용되고 지금까지의 북한주장을 합리화해줄 우려도 있다. 동진호 갑판장 강씨는 어머니와의 상봉에서 ‘무상교육 무상치료’ 운운하면서 의거입북한 것처럼 말했다. 그것이 그의 자의인지, 강압에 의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북한이 납북자 등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는 이산가족 상봉차원의 만남이 이뤄지더라도 ‘의거 입북자’밖에 더 나오겠는가.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를 정면에서 다뤄야 한다. 1차적으로 납북자 487명과 국군포로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350여명의 송환을 요구해야 하며 그것을 국제적인 쟁점으로 만들어야 한다. 국제기구는 물론 세계NGO들과도 협조해야 한다. 물론 이들 중에는 세월이 너무 지나 북에서 가정을 이루고 있거나 북한체제에 순응한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이런 사람들도 객관적 검증과정을 거쳐 자발적 선택에 맡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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