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바른말 잘하기로 유명해 국회에서 ‘미스터 바른말’로 통하는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의원이 요즘 한가지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북한 핵 위기와 관련,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의 뜻을 전하기 위해 12일 러시아로 출발할 예정이지만, 정작 1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러시아의 누구를 만나 어떤 얘기를 할지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기 때문이다.

6일 오후 만난 조 의원은 “가라고 해서 가기는 하는데 내가 외교전문가도 아니고…. 민족 생존이 걸린 문제라 최선을 다할 생각이지만 답답하고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인수위가 러시아와 상의하지 않고 특사 파견을 미리 발표한 모양”이라며 “인수위 발표 열흘 뒤인 1주일 전에야 러시아가 겨우 ‘와도 좋다’는 뜻만 전한 상태라고 외교부에서 들었다”고 했다.

그는 “아무래도 당선자가 당선 직후 러시아나 중국 정상과 통화를 하지 않았던 것이 마음에 걸린다”며 “미국, 일본 정상과 통화하면서 그들과도 특사 파견에 합의했으면 좋았을 텐데 당선자 주변에서 미처 생각을 못한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북한 핵문제 해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하면서 미국·일본의 정상 하고만 얘기하는 당선자를 지켜보며 한반도 주변의 다른 강대국들인 러시아나 중국의 지도층이 어떤 감정을 가졌을지 걱정이라는 것이다.

그는 “강대국인 러시아 대통령이 그리 한가하지도 않을 것이고, 임동원 특사나 정대철 미국 특사처럼 자칫 당선자 친서를 제3자를 통해 주고 오는 일이나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다”라고 고민을 털어놨다.

조 의원의 고민을 들으며 북한 핵 문제를 놓고 미국·북한 등은 모두 심각한데 한국만 태평스러운 분위기란 외신들의 지적이 겹쳐 떠올랐다.
/方聖秀기자 ssb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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