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일본 아오모리(靑森)시에서 열린 제5회 아오모리 동계아시안게임 개막식에서 남북한 선수단은 ‘KOREA(코리아)’라는 팻말과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함께 입장했다. 2000년 시드니 하계올림픽과 지난해 2002년 부산 하계아시안게임에 이어 국제종합스포츠대회에서 연출해낸 세 번째 ‘드라마’였다.

이번 ‘동시 입장’은 그 이전의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최단 시간 합의’라는 기록을 남겼다.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먼저 제안한 쪽은 북한. 아오모리에 와 있는 조상남 조선(북한)올림픽위원회 서기장이 박명철 조선올림픽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공동 입장을 추진하라”는 전화를 받은 것은 지난 31일 밤 11시쯤. 신현택 한국선수단장을 통해 한국에 ‘팩스 서한’을 전달했고, 불과 40여분 만에 남북의 기본 합의는 이뤄졌다.

남북 대표자들은 공동선언문 문안을 협의하면서 컴퓨터를 함께 썼을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다고 한다. 기자회견 뒤에는 조상남 서기장의 숙소에서 남북한 임원들의 자축 파티도 가졌다. 이튿날 ‘코리아’ 선수단은 ‘독도가 표시된’ 대형 한반도기를 따라 함께 입장했다. 그 깃발은 북한이 미리 준비했다.

남북한이 동시 입장한 1일 오후 아오모리역 앞. 우익단체들이 “북조선은 돌아가라”며 시위를 벌였다. 민단의 한 관계자는 “북한을 탈출한 뒤 44년 만에 돌아온 탈북 일본인처 문제 등으로 북한에 대한 이미지가 최악”이라고 말했다.

수순(手順)대로라면 ‘동시입장’에 이어 민단(재일본대한민국민단)과 조총련이 합동 응원을 해야 할 차례지만, 현재로선 그런 움직임이 없다. 우선 민단측이 일본내 여론 때문에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동계 아시안게임 현장에선 북한에 관한 전혀 다른 모습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 아오모리(일본)=趙正薰기자 donju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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