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특사가 이 시점에서 평양을 방문하는 것은 북한 핵문제를 대화를 통해 해결해 나가기 위해 거쳐야 할 필요한 과정으로 여겨진다. 지금 절실한 것은 북한 당국의 생각과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한편 북핵 저지를 위한 국제 사회의 단호한 결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는 일이며, 이를 위해서는 특사 파견이 유효한 방법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특사는 당연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는 특사 파견이 의미를 가질 수가 없다.

이번 특사 파견이 북핵문제 해결에 긍정적 기여를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 정부나 특사가 미국과 북한간의 중재자라는 인식을 가져서는 곤란하다. 북한은 특사에게 이른바 ‘외세 공조’를 버리고 ‘반미(反美) 민족 공조’를 이룰 것을 강력히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미국은 남북 특사 대화가 한ㆍ미간에 틈을 가져 오지 않을까 우려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현 정부가 애매한 중간자 입장을 취할 경우 북핵 저지를 위한 국제 연대에서 한국의 입지를 좁히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특사는 핵문제의 당사자인 한국 정부를 대표해서 북한 최고 당국자에게 사태의 심각성을 정확히 알리고 할 말을 당당하게 모두 해야 한다. 그리고 특사의 활동은 최대한 투명성을 확보해 관련국들로부터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현 정부가 임기 중에 북핵문제의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욕심을 내 특사에게 과중한 임무를 부여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특사는 어디까지나 특사일 뿐 해결사는 아니다. 북한 당국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해 공식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것만으로도 특사의 역할은 성공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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