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78명이 중국에서 한국과 일본으로 해상 탈출하려다 대부분 중국 당국에 체포당한 사건은 내연(內燃)하고 있는 탈북자문제를 이대로 방치할 경우 앞으로 어떤 일까지 벌어질 것인지를 시사하는 중요한 사태전개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은 중국 내 탈북자들의 한국행 시도 방식이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대담해지면서 동시에 국제적 연대가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70여명이 한꺼번에 해상탈출을 시도한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고, 미국·일본·유럽·한국의 여러 인권단체들이 ‘공동 작전’을 펼친 것도 새로운 양상이다. 국제인권단체들이 예고하듯 탈북자들의 보트피플식 대량 해상탈출이 본격화하는 조짐이다.

탈북자들의 행동이 이처럼 대담해지고 있는 일차적 이유는 중국에서의 생존 환경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그 내용이 밝혀진 것처럼 중국은 1986년 북한과 체결한 ‘비밀 의정서’에 따라 탈북자들을 북한으로 강제송환하고 있으며, 특히 탈북자들의 외국공관 진입사건이 잇따르면서 단속이 대폭 강화됐다.

게다가 국제사회의 이목이 북한 핵문제로 쏠리고 있는 와중에 탈북자들의 처지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중국은 탈북자들에 대한 강경책이 결코 문제 해결의 길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단속이 강화되면 탈북자들의 행동이 잠시 조용해지는 듯하지만 결국에는 더 큰 사건으로 터져나온다는 사실은 지금까지의 무수한 경험으로 충분히 입증됐다. 중국은 이번에 체포한 사람들을 강제 북송해서는 결코 안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한국 정부의 의지다. 지금 차기 정부 준비팀으로부터 탈북자문제에 관한 정책 제시나 해결 의지를 확인하기 어려운 것은 유감스런 일이다. 탈북자문제나 북한인권 문제 같은 ‘음지(陰地)’를 외면한 대북 햇볕정책은 도덕적 기반을 갖기 어렵다는 사실을 차기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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