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이달 중 발표를 목표로 진행해온 노근리 사건 진상조사 및 대책 수립이 양국의 이견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양국은 6일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사실상 최종 조율을 위한 대책단 회의를 열었으나 사건의 고의성 여부 등을 둘러싸고 입장이 맞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회의 일정을 하루 연장, 7일 회의 결과를 발표키로 했다.

◆핵심 쟁점=가장 큰 쟁점은 사격명령 등에 따른 사건의 고의성 여부. 한국측은 사건이 상부의 사격 명령 등 조직적인 명령 계통에 의해 벌어진 것으로 보고 있으나, 미측은 6·25전쟁 초기 북한이 피란민 대열에 게릴라를 투입하는 전술을 썼던 상황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한 일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당초 미측은 증거가 부족하고 관련자들의 진술이 엇갈린다는 이유로 노근리에서 미군에 의한 양민사살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도 인정하지 않으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우리측이 미측으로부터 넘겨받은 7000여쪽 분량의 관련자 진술서 등을 정밀분석, 조목조목 반박하자 사건 자체는 인정하는 쪽으로 ‘후퇴’했다는 것이다.

상급 부대의 사격명령 부분에 대해서도 미측은 증거가 빈약하다는 입장이다.

◆조사경과 및 전망=노근리 사건은 미 AP통신이 충북 영동 노근리에서 50년 7월 미군에 의해 대규모 양민학살 사건이 벌어졌다고 지난해 9월 보도함으로써 크게 부각됐다. 그뒤 한미 양국 정부는 조사반 및 대책단, 민간 자문위원단 등을 구성, 그동안 진상조사반 회의 4회, 대책단 회의 2회, 자문위원단 회의 2회 등을 개최해 협의를 벌여왔다. 그러나 양측이 이처럼 큰 입장 차이를 보임에 따라 우리 정부와 피해자들이 주장하고 있는 공식 사과 및 보상 문제도 큰 진전을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유용원기자 kys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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