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남북정상회담 등 남북관계 진전에 따라 상대적으로 가려지고 있는 북한의 인권문제가 국제회의를 통해 조명받는다. 8일 서울 연세대 알렌관 회의실에서 ‘북한동포의 생명과 인권을 지키는 시민연합(북한인권 시민연합)’과 이화여대 법학연구소 공동주최로 열리는 ‘제2회 북한인권·난민문제 국제회의―북한땅에 인권의 빛을’은 중국을 비롯해 동남아 등지에서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 탈북자들의 생생한 현장 모습과 증언을 토대로 북한 내의 인권유린 현황을 고발하고, 탈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방도를 모색한다.

작년 12월에 열린 1회 국제회의 이후 20여개국 140여명의 전문가들이 ‘프렌즈 네트워크’라는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적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등의 성과를 얻은 것처럼 이번 회의도 북한의 인권상황 개선에 힘을 모으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독일·프랑스·캐나다·일본·스웨덴 등 7개국에서 30여명의 인권운동가·법학자·언론인·외교전문가 등이 참석한다.

기조연설은 미국 국립민주주의기금의 칼 거시먼 회장이 맡았다. 그는 ‘북한 인권·난민문제 개선을 위한 NGO(비정부기구) 활동의 중요성’이란 연설을 통해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전 세계 NGO들의 관심을 촉구한다. 이어 영국 BBC가 지난 10월 탈북 어린이와 평양의 어린이, 탈북자 수용소 등의 모습을 담아 방송한 ‘비밀왕국의 어린이들’을 압축 편집한 필름을 상영한 뒤, 북한 난민들의 실태에 대한 현장보고가 이어진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룬트샤우 북경 지국장인 하랄드 마스씨는 한·중 국경을 4차례 왕래하면서 겪은 현장체험담을, 북한인권시민연합 김영자 사무국장은 재중(재중) 여성 탈북자의 인신매매 현황, 일본 ‘북조선 인민구출 긴급행동 네트워크(RENK)’의 이영화 사무국장은 탈북 어린이의 현실, 탈북자 후원단체인 ‘좋은벗들’의 김정님 조사연구부장은 북으로 송환된 탈북자들의 비참한 처우 등을 고발한다.

이어 오후에는 탈북자 김군일 이근혁씨의 증언을 듣고, 미국의 정치평론가 척 다운스씨가 격변하는 동북아 정세를 분석함으로써 북한인권 개선 캠페인의 정치적 변수 등을 설명한다. 미국 오로라재단 사무총장인 잭 렌들러씨는 인권개선 등을 조건으로 하는 대북(대북) 경제지원 전략을 제시한다.

전략토론회 시간에는 북한 인권상황 개선을 위한 다각도의 방안을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자리에서는 중국 당국의 탈북자 강제송환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중국의 역할 확대를 촉구할 전망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작년과 달리 결의문은 채택하지 않는다. 대신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중·장기 캠페인을 수립하고 이를 현실화할 수 있는 중앙조직 창설을 선언할 계획이다. 회의 조직위원장을 맡은 윤현(윤현) ‘북한인권 시민연합’ 이사장은 “이번 회의는 좀더 실천적으로 북한의 인권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의:북한동포의 생명과 인권을 지키는 시민연합 (02)723-1672, 2671

/윤정호기자 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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