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이후 급변하는 한반도 안보정세를 반영하기 위해 예년보다 2개월 늦게 발간된 ‘2000년 국방백서’는 한때 논란을 빚은 주적 개념과 장병 정신교육 문제 등에 대해 국방부의 정리된 입장을 담고 있다. 북한의 현실적 군사위협 요인이 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주적 개념은 그대로 유지하되 장병 정신교육은 보다 유연하게 실시하고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용어를 삭제했다는 점이 이번 국방백서의 가장 큰 특징이다.

◆주적 개념과 장병 정신교육=백서는 북한의 대남정책이 6·15 남북 공동선언의 이행을 위해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으나 아직까지 대남 적화전략 노선의 폐기 등 근본적인 변화는 보이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국방목표’에서 지난 95년 이후 6년 연속 북한이 주적임을 명시했다.

차영구(차영구) 국방부 정책기획국장은 “주적 개념의 삭제는 국방정책과 전략의 큰 혼선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국론분열만 가져올 뿐”이라며 “남북 공동선언을 실질적인 힘으로 뒷받침하는 차원에서 주적 개념을 존속시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병 정신교육의 경우 99년 백서에서는 ‘우리 장병들은 확고한 주적 개념과 대적관을 갖고 유사시 위국헌신하는 군인정신을 행동화해야 한다’고 강한 표현을 썼으나, 이번 백서에서는 군의 기본임무를 강조하는 쪽으로 변화를 보였다. 또 ‘벼랑끝 전술’ ‘유훈통치’ ‘무장간첩 침투 지속’ ‘통미봉남 정책’ 등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용어는 삭제했고, 북한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대북 포용정책’이라는 용어도 정부 공식문서에서는 처음으로 ‘대북 화해협력 정책’으로 변경했다.

◆북한 군사력 변화=99년 백서와 비교할 때 이번 백서에서는 북한의 육군 전력이 63개 사단에서 67개 사단으로, 야포가 1만2000문에서 1만2500문으로, 전투기는 850대에서 870대로, 예비병력은 745만명에서 748만명으로 각각 늘어났다.

또 북한은 지난해 카자흐스탄에서 새로 도입한 MIG21 전투기 40여대를 양강도 지역에 작전 배치했고 러시아로부터 MI8헬기 여러대를 도입했으며, 신형 수중추진기(SBS-2)를 개발 운영하고 침투훈련도 지속적으로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백서는 이와 함께 남북정상회담 이후 휴전선 지역에서의 대남 비방방송 중지 등 일부 변화에도 불구 북한의 내부 군사활동은 지속되고 있으며 주요 전력의 55% 이상, 전투기 790여대 중 약 40%가 전방지역에 각각 전진 배치돼 있다고 분석했다.

/유용원기자 kysu@chosun.com

남북한 군사력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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