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서 온 젊은이들이 남한의 대학문을 씩씩하게 들어서고 있다. 금년에는 연세대와 고려대에만 이미 20명에 가까운 북녘 출신 학생들의 특례 입학이 확정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때가 되면 천일장학회 김익진(김익진·61·(주)천일기술단 회장) 이사장은 여느 때보다 바빠진다. 장학금을 줄 새로운 식구들을 찾아 나서기 때문이다.

그는 북한을 탈출해 남한에서 공부를 계속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 중·고등학생은 한 학기에 100만원, 대학생은 200만원씩이다.

지금까지 혜택을 받은 학생은 100명이 넘는다. 장학재단을 설립한 후인 작년 3월부터 지금까지 2년간 지급한 총액은 2억원에 달한다.

장학재단을 설립하기 전에도 몇년 동안 개인적으로 탈북 학생들을 지원해 왔다.

“남한에도 어려운 학생들이 많지만 북에서 온 학생들의 고생은 정말 눈물 겹습니다. 그들에게 조그만 도움을 주어도 진심으로 고마워하면서 돈을 쪼개고 쪼개 생활비로 보태 씁니다. ”

그에게는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이 보내오는 편지가 큰 즐거움이다. 그러나 어떤 학생들이 도움을 받고 있는지, 편지 내용이 무언지에 대해서는 “학생들의 사생활”이라며 함구했다.

김 회장은 “그냥 드러나지 않고 조용히 형편 닿는 대로 탈북인들을 돕고 싶다”며 처음엔 인터뷰도 사양했지만, 기자 역시 탈북인이라는 ‘인연’ 때문에 끝내 고사하지는 못했다.

그는 장학재단 설립 취지에 대해 “탈북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당당하게 남한사회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는 게 바람이고 낙”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탈북인들은 남한 사회에서 반드시 성공해야 합니다. 이들이 남한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낙오자가 된다면 무슨 명분으로 북한 동포들을 우리 체제로 끌어들일 것입니까. 남한 사람의 하수인이나 되는 통일이라면 북한사람들이 하려고 하겠습니까?”

김 회장은 1946년 일곱 살 때 함남 단천에서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남으로 내려와 가난 속에 어렵게 공부했다.

시대는 변했지만 북녘의 ‘고향후배’들이 이곳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면 남의 일 같지 않다고 한다.

그는 고향후배들이 대한민국에서 성공하려면 “무조건 부지런해야 한다”고 몇 번이고 강조했다.

탈북자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식어 갈수록 김 회장의 의지는 더욱 강해지는 듯, 장학금 규모를 더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철환기자 nkc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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