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당선자가 어제 미국 특사 일행을 만나 북핵(北核) 문제와 한·미관계에 대한 본인의 입장과 구상을 밝혔다. 노 당선자와 미국 정부내 한반도 문제 정책결정자들 사이의 첫 만남인 셈이다.

노 당선자는 미국 특사에게 북핵 해결을 위한 3대원칙을 전달했다고 한다. 그러나 거기엔 북핵 문제를 보는 노 당선자의 관점은 들어있지만, 아직 구체적 방안에 대해선 알려진 게 없다는 점이 아쉽다.

아찔할 만큼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북핵 위기의 속도를 감안할 때 노 당선자는 가능한 한 조속한 시일 안에 북핵 위기에 대한 자신의 구체적인 복안(腹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조만간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유엔 안보리 등이 북핵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협의와 조치에 착수할 경우, 노 당선자가 말하는 ‘한국의 주도적 역할’은 수사(修辭)로만 남을 뿐 국제외교 무대라는 현실의 세계에 발을 내딛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러나 노 당선자에게는 구체적인 북핵 해법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그간 혼선 내지는 오해를 낳아온 문제들을 정리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대북정책과 한·미관계에 대한 노 당선자의 입장표명이 중요하다. 북한은 한국측과 대화를 계속하길 희망한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한반도 운명 전체를 담보로 한 ‘벼랑끝 핵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래서는 정상적인 남북대화는 물론 북한의 신의마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에 대한 노 당선자의 입장 여하는 한·미공조나 우리 내부의 동의를 얻기 위해서 긴요한 과제다.

노 당선자가 미국특사 일행에게 한·미관계에 대해 적극적 평가와 의사를 표명한 것은 적절했지만, 지금 한·미간에 형성된 오해와 불신의 정도를 감안한다면 이는 문제해결의 출발일 뿐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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