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은 경의선 철도·도로 복원을 위해 비무장지대(DMZ) 이남의 지뢰를 제거했으나 북한측은 DMZ 이북의 지뢰 제거 작업을 아직 시작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육군본부는 지난 9월 18일부터 야전공병대와 최신형 지뢰제거 장비 등을 투입해 11월 초에 판문점 ‘자유의 다리’ 북단부터 비무장지대 남방한계선까지 철로(폭 40m)와 도로(폭 52m) 개설을 위한 지뢰 제거 작업을 완료했다고 2일 밝혔다.

그러나 국가정보원과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9월 말 비무장지대 이북 지역에 500여명의 군 병력을 투입, 막사 수십 동을 설치하는 등 지뢰 제거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보였으나 실제로 지뢰 제거 작업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북한군은 족구 등에나 열중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이를 어떻게 봐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비무장지대 북방한계선 이북 지역에 지뢰가 매설돼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조성태 국방부 장관은 지난 국회 국감에서 “북한은 철책 부근까지 모두 논과 밭으로 개간해 지뢰 제거가 필요없는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군 병사들이 잡초를 제거하고 있는 것은 파악됐으나 지뢰 제거를 하고 있는 것은 확인하지 못했다”면서 “북한군이 지뢰 제거 작업을 하지 않는다면 이는 비무장지대 북방한계선 이북에 경의선 철도와 도로 노반이 그대로 유지되어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군 합동참모본부와 육군본부는 이북 지역의 지뢰 매설 여부에 대해 국방부와 다른 입장을 갖고 있다. 합참의 한 관계자는 “북한도 비무장지대 철책 부근에 대인 및 대전차 지뢰를 다량 매설했다”고 지적하면서 “다만 북한이 공격형이라서 매설된 지뢰 양이 우리보다 다소 적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지뢰 제거에 관여한 육군본부의 한 관계자도 “철책 부근의 북한 지역에도 지뢰가 매설되어 있다”고 밝히면서 “북한군이 지뢰 제거 작업을 하지 않는 데 대해 육군으로선 입장을 밝힐 처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북한군의 지뢰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는데도 우리 군 당국은 11월 28일 제1차 군사실무회담에서 북한군 당국에 그 이유를 타진하지 않고 단지 비무장지대 안의 지뢰 제거 작업에 대한 논의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교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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