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년 만에 만난 남북의 이산가족들이 주고 받은 선물도 이들의 사연만큼 다양했다. 1차 교환방문 때는 옷 종류가 주류였으나 이번에는 독특한 선물이 많이 보였다.

서양화가 김한(김한·73)씨는 북에서 유명한 시인이 된 동생 철(67)씨에게 “좋은 시를 많이 쓰라”며 질 좋은 종이와 수첩, 필기구 등을 선물로 전달했고, 동생은 형에게 그림 7점과 도자기 3점을 선물했다. 서울에서는 운보(운보) 김기창(김기창·88) 화백의 동생인 북측 기만(71)씨가 조카 완(51)씨로부터 운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작품 ‘승무’(71년작·6호), 김해 김씨 족보 2권 등을 받자 자신의 작품 ‘태양을 따르는 마음’ 등 6폭짜리 병풍 1점과 조선화 3점 등을 선물로 건넸다.

북측 방문단의 홍응표(64)씨는 ‘평양직물도매소 지배인’이란 직함대로 누나 양순(73)씨를 위해 북한의 직물과 함께 자신에 관한 기사가 실린 ‘조선화보’ 등 북한 잡지와 자신의 딸이 그린 정물화도 준비했다. 김영황(69) 김일성종합대 교수는 지난 8월 자신의 생일잔치 장면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선물로 내놨지만 녹화방식(북한은 PAL방식)이 틀려 상영할 수 없자 난감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남측 방문단인 우원형(우원형·67)씨는 동생 옥희씨에게 단양 우씨 족보를, 박해수(박해수·71)씨는 북측의 두 동생을 만나 그간 수집해 온 일가 친척의 사진 50여장을 혈통별로 분류해 전달했다.

북에서 온 홍세완(69)씨의 노모 박천례(85)씨 등 일가족은 2개의 대형가방에 아버지와 할아버지 제사를 위한 영정과 제수용품, 조카손자들을 위한 장난감 등을 가득 담아오기도 했다.

반면 주고 싶은 선물을 하지 못하거나 받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가족도 있었다. 북에서 온 하재경(65) 김책공업종합대학 강좌장의 형 재인(74)씨는 동생에게 노트북 컴퓨터를 선물하려 했으나 당국이 난색을 표시, 과학자용 전자계산기와 확대경, 돋보기 안경 등을 선물했다.

한편 북측 방문단이 머물고 있는 롯데월드 호텔에서는 때아닌 달러 잔돈 바꾸기 전쟁이 벌어졌다. 남측 가족들이 북의 혈육들에게 선물로 주기위해 환전에 나선 데다 북한에서는 100달러짜리 고액권은 사용하기 힘들어 5달러, 1달러짜리로 바꾸기 위해서였다. /윤정호기자

/최재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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