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사상 첫 신인왕·타격왕 동시 수상과 5년 만의 ‘트리플 스리’(30홈런·30도루·3할대 타율)라는 대기록이 탄생했다. 그 주인공은 모두 재일 한국인이다.

센트럴리그의 신인왕과 타격왕 동시 수상은 교포 3세 긴조 다쓰히코(금성용언·24·요코하마 베이스타스)가 수립했다. 60여년 역사의 일본 프로야구에서 데뷔 첫해 신인이 수위타자 타이틀을 거머쥔 것은 처음이다. 한국명 ‘김용언’인 그는 한때 4할 타율을 넘볼 만큼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파워·기교·스피드의 3박자를 갖춰야 가능하다는 ‘트리플 스리’의 영광은 히로시마 카프의 4번타자 가네모토 도모아키(금본지헌·32·한국명 김지헌)가 차지했다. 시즌 내내 ‘잘 치고 잘 훔쳐’ 사상 7번째로 ‘트리플 스리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역동적인 플레이로 한국계 특유의 폭발적 에너지를 느끼게 해주었다. 이들은 가네다(김전정일)·장훈(장훈)·백인천(백인천) 같은 일본 야구계의 한국 인맥을 이어 가는 차세대 선수군이다.

북한 국적의 교포3세 홍창수(일본명 도쿠야마 마사모리·덕산창수·26)는 한국의 조인주를 꺾고 WBC 수퍼플라이급 챔피언에 등극, 일본의 프로복싱 챔피언 벨트 수를 2개로 늘렸다.

일본 국기인 스모(일본씨름)에서도 한국계 유망주가 맹활약 중이다. 지난 20일 끝난 규슈(구주)대회에서 긴카이야마(금개산·24)가 주료(십량·2군) 부문의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보수적이기로 소문난 스모계지만 그는 본명란에 거리낌 없이 ‘김용수(김용수)’라는 한국이름을 쓰고 있다.

일본 골프계의 샛별 호시노 히데마사(성야영정·22). 일본아마골프선수권을 3연패하는 등 숱한 기록을 세운 뒤 올 봄 프로선수가 된 그는 한국계 2세임을 밝히고 있다. 지난 8월 한국에서 열린 신한동해오픈에도 참가했다. 럭비의 일본 국가대표팀 주장 오하라 가쓰지(대원승치·29) 역시 한국계다. 두 사람은 최근 일본 국적을 취득, ‘코리안 재퍼니즈(한국계 일본인)’가 됐다.

일본 스포츠계를 주름잡는 재일 한국인들은 과거와 달리 굳이 한국계임을 감추지 않는다. 당당하다. 프로축구 베르디의 북한국적 교포 4세 양규사(양규사·22)는 아예 한국식 본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재일 저널리스트 변진일(변진일)은 그 변화를 ‘강자(강자)로서의 코리안’으로 요약하고 있다. “그동안 차별받는 약자이던 재일 한국인이 이제 실력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신흥 ‘강자그룹’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쿄=박정훈특파원 jh-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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