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가 새해 문을 열자마자 한 펀드 매니저를 만나 보았다. 한국 내에서 일고 있는 반미 감정과 새 대통령 당선 이후 불거진 북핵 문제를 바라보는 월가의 시각이 궁금해서였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불안해서 한국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고 말했다. 그는 “금방 전쟁이 나지는 않겠지만, 북핵 문제와 반미 감정이 상호 상승작용을 하면서 한국은 자칫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느 외국인 투자가가 핵 위협이 존재하는 한반도에 투자를 하겠습니까? 아마 한반도의 현재 상황에 가장 쾌재를 부르는 곳은 중국일 겁니다.” 그는 지난해 9·11 테러를 당한 이후 미국이 얼마나 변했는지를 한국민이 아직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일침을 놓았다.

불안한 마음에 여기저기 다른 곳으로 전화 다이얼을 돌려보았다. 다행히 이러한 움직임은 아직 극소수에 불과했다. “아직 한국에서 빠져나올 계획이 없다”는 목소리가 단연 우세했다.
지난해 12월 한국의 대선(大選)이 끝난 다음날 월가의 몇 사람들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었다. 그들은 “대통령 당선자 성향을 잘 몰라 답답하다”면서 “미국에 와서 자신(노 당선자)의 정책과 비전을 제시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시간이 지나면서 대통령 당선자 주변에 일부 급진적 사고를 가진 사람도 있고, 친노조 성향을 지닌 인사도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월가 사람 중에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을 경계하는 이도 있었다.

월가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불확실성인데, 한국은 자꾸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997년에도 우리는 결국 투명성을 상실하고,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월가로부터 외면을 당해 외환 위기를 겪었다. 월가가 한국에 아직 등을 돌리지 않았다고 안도만 할 때는 아닌 듯싶다.
/ 金載澔·뉴욕특파원 jaeh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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