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는 어제 북한 핵문제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을 계속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 주민들이 국제기구를 통해 식량·의료품 같은 인도적 지원을 계속 받을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따지고 보면 이번 발표가 아주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부시 미국 정부는 그동안 줄곧 ‘인도적인 대북 식량 지원’은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왔고, 또 “인도적 지원을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미국 외교의 오랜 원칙이기도 하다.

부시 정부가 북핵 위기와는 관계없이 인도적 지원을 계속 하겠다고 밝힌 이유는 자명하다. 북한 주민들이야말로 이번 사태의 최대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오래 전부터 붕괴한 북한 경제 때문에 신음해 왔고, 이런 상황이 조금도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핵 위기가 고조될 경우 형용키 어려운 고통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려는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은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가능한 한 국제기구의 지원품이 북한 주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도록 투명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다만, 북핵 위기의 당사자인 북한 정권에 대한 압박과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구분한다고 해서 그것이 ‘북핵문제’에 대한 인식의 혼란을 일으켜서는 안될 것이다.

북한 주민의 고통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지금이라도 북한 정권이 무모한 ‘핵 도박’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와 협력해 개혁·개방의 길을 채택하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 정권이 스스로 이런 상생(相生)의 길을 택하지 않는 한 북핵 위기 해결을 위한 국제 공조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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