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황장엽 사건 진상조사특위’ 소속 의원 10명은 23일 국정원을 방문, 황장엽(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와 간담회를 가졌다. 황씨는 처음 “정치적으로 휩쓸리는 것은 원치 않는다”면서 간담회에 응하지 않았으나, 한나라당 의원들의 거듭된 요구에 국정원 정보관 3층에 마련된 간담회장에 정장 차림의 약간 피곤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황씨는 비공개간담회에서 “정부의 대북(대북) 정책을 비판하거나 개입할 생각은 전혀 없으나, 북한 인민들을 살리기 위한 대북 민주화사업에는 열망을 갖고 있다”면서 “지난 97년 망명시 김영삼(김영삼) 정부가 한 대북 민주화활동 보장약속을 현 정부가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또 앞으로 국회와 정당차원의 강연 및 증언 요청에도 긍정적으로 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의원들은 전했다.

황씨는 그러나 국정원이 자신을 안가(안가)에서 내보내기로 결정한 데 대해 “마르크스·레닌주의가 북한에서 어떻게 주체사상으로 바뀌었는지를 남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쉽게 저술하는 일을 필생의 사명으로 생각한다”면서 “내년 10월까지는 중요한 집필계획이 있어 신변보장이 필요하며 안가에 거주하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형근(정형근) 의원은 간담회 브리핑을 통해 “국정원이 황씨에게 활동제한조치를 취한 사실을 확인했으며, 황씨가 신변안전에 불안해 하고 있었다”며 “국정원측에 황씨의 신변보장을 강력히 요청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황씨의 희망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은 황씨를 안가에서 내보내기로 결정한 것 같다”면서 “만약 황씨의 안전에 이상이 있을 경우 전적으로 이 정권의 책임이며,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앞서 공개리에 인사를 나눈 자리에서는 정형근 의원이 김용갑(김용갑) 의원을 가리키며 “이 분이 ‘조선노동당 2중대’ 발언의 주인공”이라고 소개하자 황씨는 웃음을 짓기도 했다.

특위 위원장인 강창성(강창성)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황 선생이 이북에 친자식을 다 두고 목숨을 걸고 귀순한 것은 평화통일을 이뤄 대한민국을 화목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황 선생께 도움을 드리러 왔다”고 말했다.

이에 황씨는 “저명한 의원 여러분이 찾아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 이번에 뜻하지 않게 그만 말썽을, 물의를 일으켜 송구스러운 마음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홍석준기자 ud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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