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인씨는 8·15 해방 후 고향인 충북 괴산에서 동생 재경씨와 차례로 상경, 성북동 하숙집에서 함께 지내다 전쟁이 일어나면서 동생과 생이별했다. 재인씨는 그해 7월 학교에 간다고 집을 나선 동생이 의용군으로 끌려갔다는 소식을 들었으며, 지난 50년 동안 동생이 죽은 줄 알고 지냈었다.
올해 5월 언론보도를 통해 동생이 북한에서 과학자로 활동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재인씨는 “살아있다는 소식을 듣고 한편으로 기뻤지만, 만나지 못하는 현실 때문에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동생이 지난 1차 이산가족 상봉자 최종 명단에서 탈락한 후에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며 옛 추억을 떠올렸다. “중학교 때까지 1등을 한 번도 놓쳐본 적 없는 ‘악바리’였던 동생이 연고도 없는 북에서 혈혈단신으로 김책공업종합대 학장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힘들게 노력했을지 눈에 선합니다. ”
/박민선기자 sunris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