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위기는 가상의 상황이 아니라 실재(實在)하는 현실이다. 지금이라도 북한이 영변 핵단지에 상주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관계자들을 추방하거나 감시카메라 기능을 정지시키기라도 한다면, 한반도는 가파른 위기로 치닫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런 맥락에서 부시 정부의 대외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막후 실력자로 알려진 리처드 펄 미국 국방정책위원장이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그는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부시 정부는 모든 방안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며 군사적 방안도 배제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상황은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천명한 것은 물론, 그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군사적 방안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다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물론 부시 정부는 당분간 ‘외교를 통한 평화적 해결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도 “현 단계에서는 외교적 해결을 추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것은 북한이 호응하지 않는 데도 ‘외교적 수단’에만 머물겠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현 단계’라는 단서를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북한이 IAEA 관계자 추방이나 감시카메라에 손을 댄다면, 이는 곧바로 유엔 안보리(安保理)로 넘어갈 것이 분명하다. 10년 전의 핵위기 당시 북한은 “유엔 안보리를 통한 제재를 도발로 간주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따라서 언제든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와 북한 간의 정면대치가 벌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필요할 경우 ‘군사적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는 펄 위원장의 발언은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새로운 대통령 당선자는 다른 어떤 일보다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해법 모색에 나서야 할 것이다.

사안의 위급성을 감안할 때 내년 2월 25일 대통령 취임식 이후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다. 특히 이번 대선 과정과 반미시위 등을 지켜본 미국정부와 국제사회는 한국정부의 북핵 해결 의지에 적잖은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

현실적인 북핵 해법은 결국 국제공조를 통한 대북 압박밖에 없는 만큼, 국제사회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