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선거 개표문제로 혼란을 겪고는 있지만 2001년 출범할 미국의 신정부는 패권이 확실히 보장된 세계를 물려받을 것이다. 가까운 장래에는 어느 국가나 국가조직도 미국과 대등한 위치의 경제·군사·문화권력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패권적 지위를 영향력으로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빠른 속도로 미국의 가장 어려운 외교상대가 돼가고 있다. 한반도 안정, 무역분쟁, 대만에 대한 시각차, 인권문제, 중국의 파키스탄 미사일·핵개발 지원 등 미국과 중국 양국의 협력이 필요한 부문에서 미국은 전역(TMD)과 국가미사일방위체제(NMD)의 안(안)과 인도주의적 개입을 모두 계획하고 있다. 두 나라 안의 일부 정치세력이 서로를 외교정책 성공의 원천적 장애물로 보거나, 적은 아니어도 피할 수 없는 경쟁관계라고 생각하는 것도 양국관계에 대한 도전이다.

대만 문제는 미·중을 군사충돌 상황에 몰아넣을 수도 있으므로 별도로 고려돼야 한다. 중국은 대만문제에서 무력을 사용하는 경우 미국이 뒷짐만 지고 있지는 않을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양안간 세력균형을 위해서는 대만이 대화에 적극 나서면서 일방적 독립 선언은 할 수 없도록 하는 외교정책이 필요하다. 작은 규모의 미사일 방위체제도 중국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으며 미·중 사이의 긴장을 격화시킬 수 있다.

일본은 근본적으로 다른 도전이다. 얼마 전까지 일본은 경제분야에서 미국의 가장 큰 경쟁자인 동시에 대안적 모델로 세계에 인식됐다. 하지만 최근의 일본은 통화와 무역규제의 철폐 속도가 늦어지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역 및 세계 공헌도를 높이려는 노력이 인접국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 못한 점과 일본의 특수한 정치상황도 미국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미국은 중요지역에 대한 일본 내의 논의와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미국은 일본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좀더 폭넓은 역할, 즉 절대적·상대적으로 일본의 국력에 걸맞은 경제적·정치적·전략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한 예로 한반도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정에 기여할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시나리오 등의 주제에 대해 고위급 협력을 보다 정례화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 미국, 일본 및 지역 내 다른 국가들이 연관된 무역협상은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출범은 무역조정 규칙과 분쟁해결 절차를 정립해 개방무역을 향한 길에 중대한 이정표를 세웠다. 그러나 좀더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 더 많은 상품, 서비스, 국가들을 포괄하는 WTO의 확대도 그 중 하나로, NGO를 포함한 더 넓은 범위의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과정을 공개함으로써 가능해질 것이다.

미국 정책의 세 번째 초점은 한반도가 분명하다. 미국은 북한과의 협상을 계속 진척시켜야 하지만, 모든 화해 과정은 상호주의적·포괄적·본질적인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미 외교정책은 북한의 미사일과 핵개발에 의한 위협뿐 아니라, 한국과 주한미군에 대한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의 위협도 함께 다뤄야 한다. 이와 똑같이 중요한 일은 미국의 어떤 화해 외교정책도 한국, 일본 등 지역 내 우방과의 조율 속에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외교적 조율의 중요성이 커지는 것은 더 큰 문제의 시작이다. 중국관계, 미사일방위계획, 무역, 한반도 안정 등 어느 것도 미국 혼자 힘으로는 성공적 해결이 불가능하며, 고위급 협력의 정례화는 의무사항이다. 실제로 적대국과의 협상이 냉전시대 안정유지의 중심이었다면, 새 시대의 미국 외교정책이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방과의 협의가 필수적일 것이다.

리처드 하스 /브루킹스연구소 부소장

/정리=이태훈기자 libr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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