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도 입시철이면 전국이 들썩거린다. 학부모들의 교육열도 남한 못지 않다. 자녀를 대학 보내는 데 모든 걸 건다. 대학, 그것도 명문대학을 나와야 출세길이 쉬운 것은 남과 북이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대학 진학은 남한보다 훨씬 힘들다. 고등중학교(남한의 중고교를 합친 것) 졸업생의 10% 정도만 대학에 갈 수 있다.

좋은 대학에 많은 학생을 진학시킬수록 명문 고등중학교로 통한다. 졸업반이 되면 공부 잘 하고 집안 배경 좋은 학생들로 따로 1~2개 특수반을 만들어 집중적으로 입시 공부를 시킨다. 개인과외나 학원은 물론 없다. 특수층에서 개인 과외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극히 드문 예다. 특수반 학생들이 대부분 대학 응시의 기회를 갖게 된다.

북한 전역의 고등중학교 졸업생들은 11~12월에 대학 진학을 위한 예비시험을 치르고 2월에 본고사를 본다. 북한은 9월 신학기였으나 96년부터 4월로 바뀌었다.

예비시험은 중앙에서 주관하기 때문에 ‘정무원(현재는 내각) 시험’이라고도 부른다. 남한의 수능시험과 비슷하지만 주로 주관식 문제가 출제된다. 시-군-구역(남한의 구에 해당) 단위로 시험을 관리하고 성적을 매긴다. 대개 한 구역에서 3000명 정도가 시험을 보는데 응시자의 성적 순위가 1등부터 꼴찌까지 공개되기도 한다. 대학에 가려면 성적이 상위 10%에는 들어야 한다.

대학 본고사의 선발 과정은 좀 복잡하다. 노동당과 내각의 교육담당부서에서 각 대학별 모집 정원을 정하고, 정원의 두세 배 정도에 해당하는 응시자 수를 시 군 구역별로 안배해 내려 보낸다. 시 군에서는 이를 다시 학교별로 나눈다.

가령 김일성종합대학의 정원이 2000명으로 정해지면 응시자격은4000~6000명에게 주어지며, 시 군별로 또 학교별로 응시자 수가 정해지는 것이다. 평양 시내의 고등중학교에서도 김일성종합대학의 응시자격을 얻는 학생은 대개 10명 이내이다. 평양외국어대학 김책공과대학 리과대학 등 평양 소재 대학들의 정원은 중앙에서 정하고, 함흥경공업대학 등 도 소재 대학은 도에서, 각종 전문대학 같은 시군 소재 대학은 해당 시군에서 정원과 응시자 수를 정한다.

대학 응시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예비시험에서 일정 순위 이내에 드는 것이 필수적이지만, 어느 대학에 응시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데는 성적 못지 않게 집안 배경과 ‘뇌물 고이기’가 중요하다. 특히 평양의 명문대학 응시자격을 얻기 위해 학부모들은 사력을 다 한다. 한 학교에 김일성종합대학의 응시자 수가 5명으로 내려왔다면, 수십 명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대개 부모들의 지위와 열성에 따라 판가름 나게 된다.

대학 본고사 시험과목은 ‘김일성-김정일 혁명력사’ ‘수학’ ‘물리’ ‘화학’ ‘영어’ ‘국어’ ‘체육’ 등 7개 과목이다. 시험은 대학별로 출제되고 대부분 주관식이다. 면접과 체육시험도 치른다. 철봉, 수류탄 던지기, 100m 달리기, 1500m 달리기 등의 체육시험에 낙제하면 성적이 아무리 우수해도 탈락된다.

합격자가 발표되고 나면 시비도 많다. 성적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시험문제가 사전에 유출된 게 밝혀져 재시험을 치는 경우도 있다.

응시자의 절반 이상은 본고사에서 떨어진다. 이들은 바로 군대로 가거나 직장을 배치 받아야 한다. 대학 입시 재수란 생각할 수 없다. 3년(여자는 1년) 이상 사회생활이나 군대생활을 하면 해당 기관의 추천을 받아 대학에 응시할 기회를 얻을 수 있지만 쉽지 않다.

공부는 잘하지만 출신성분이 안 좋거나 도시로 나가 공부할 여력이 없는 학생들은 지방의 2년제 전문대학이나 통신대학에 입학한다. 어촌 지역은 어장전문대학, 공업지대에는 공장대학, 농장이 많은 곳은 농업전문대학 등 거의 모든 군에 전문대학이 있다. 여기는 비교적 입학이 쉽다. 통신대학은 북한의 유명대학에 등록하여 학습 교재를 통신으로 받아 공부하고 시험은 대학에 직접 가서 본다. 우리의 방송통신대학과는 다르다.

우여곡절끝에 대학 게시판에서 합격의 이름을 확인하면 학부모와 수험생은 부둥켜 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강철환기자 nkch@chosun.com

북한의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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