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 벼슬아치들은 관복의 앞가슴에 붙이고 다녔던 흉배만 보고 그 분이 문관인지 무관인지, 품작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있었다. 공작새의 흉배면 1품 문관이요, 호랑이면 1품 무관, 학이면 3품 문관이요, 곰이면 3품 무관이란 식이다. 그것이 용이면 임금이요, 그래서 임금 옷이 용포다. 환갑맞은 부모님에게 학무늬와 거북무늬의 옷을 지어드리는 것이 법도인데 이 두 짐승이 장수하기에 장수기원의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 노부모의 주머니끈에 다는 노리개에도 이 학과 거북이가 선호됐던 것도 매 한가지다.

의상장식인 이 노리개에 메시지를 담는 문화는 우리나라에서 꽤나 발달했었다. 돌날 아기들에게 채워주는 천도(천도)노리개는 무병장수의 메시지가 담겼고 방울이나 종이나 경(경)노리개에는 대성해서 큰소리치기를 바라는 출세염원의 메시지가 담겼다. 흔한 노리개로 조롱박을 맨 끝에 엽전 한 닢 매어단 노리개가 있는데 조롱박은 병액(병액)을 담아 버리는 용기로 주변에 불행을 없애고 재수를 부르는 소원을 담았다. 호랑이 이빨이나 발톱을 구해 은장식을 해서 서방님이나 귀한 자식에게 노리개로 채워주는데, 이는 어떤 병마나 위기에 대처시키는 것으로 고두쇠가 바로 이를 대신한 노리개였다.

남도에서는 표주박으로 만든 술잔을 본뜬 노리개를 신부 앞가슴에 채워주거나 귀고리로 채워주기도 한다. 신랑신부가 한잔 표주박 술잔에 입을 대 나누어 마심으로써 백년가약의 성혼을 상징했던 바로 그 술잔을 본뜬 것으로 사랑을 잊지 말라는 메시지 브로치다. 그 밖에 앞가슴이나 치마 곁에 차고 다녔던 단작 삼작 노리개로 병액을 쫓는 붉은 산호, 부처님의 가호를 비는 노란 불수(불수), 다산(다산)을 기원하는 버선, 그리고 난리 때 정조를 지키라는 메시지가 담긴 장도(장도)도 한국여인이 선호했던 브로치 가운데 하나였다. 북한에 간 올브라이트 미국무장관의 성조기와 하트형 브로치의 메시지를 두고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번 한국에 왔을 때는 햇볕정책을 지지하는 햇빛 브로치를 했고, 난맥으로 엉클어진 중동협상 때는 잘 풀리라는 메시지가 담긴 거미줄 브로치를, 자신을 독사로 저주한 이라크 외교관을 만날 때는 뱀 브로치를 다는 등 염원이나 정념을 표출해온 여장부의 노리개인 것이다.

/kyoutaelee@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