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초들은 독한 담배를 좋아한다. ‘장진독초’와 ‘성천독초’는 독하기로 유명하다. 장마당(암시장)에 나가면 담배를 파는 할머니들은 서로 자기 담배가 독하다고 알린다. 어느 장마당에서 먼저 나온 할머니가 ‘꺽꺽 막힘’이라고 쓴 종이를 붙였다. 한 모금만 빨아도 목구멍이 꺽꺽 막힌다는 뜻이다. 두 번째로 나온 할머니는 한 모금만 빨아도 머리가 핑 돈다는 뜻으로 ‘핑 돔’이라고 써 붙였다. 그러자 세 번째로 나온 할머니는 ‘벽 기대어 10분’이라고 선전했다. 한 모금만 피워도 어질어질해 10분은 기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판 최초의 광고사례로 전해져 오는 이야기다.
보통 말린 마라초 500g에 북한돈 40~50원 정도이다. 마라초를 사 피울 형편도 안 되는 사람들은 집 텃밭이나 산을 개간하여 담배를 심기도 한다. 한 알의 옥수수가 귀하다고 하는 아낙네와 꼭 담배를 심겠다는 남편 사이에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중앙당 지도원급 이상 당간부들에게는 한 달에 30~35갑의 ‘려과담배’가 공급된다. 북한에서 가장 비싼 담배는 외제담배다. 외화상점에 가면 말보로·던힐·마일드세븐·로스만스·555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담배들을 볼 수 있다. 이런 담배들은 한 갑에 보통 1달러 이상 하는데 북한돈으로 치면 노동자 평균월급에 해당하는 100원 선이다. 특히 로스만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피우는 담배라고 소문이 나 다른 담배보다 조금 더 비싸게 팔린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최근 담배를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철환 객원기자 nkch@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