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개성 어느 곳인가에 청자 등 고려시대 문화재 100여점이 50년째 묻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문화재를 묻었다는 당사자도 이를 확인, 발굴문제가 남북한 학계의 비상한 관심사로 떠올랐다.

민주당 심재권 의원은 20일 국회 문화관광위 감사에서 “문화재위원장을 지낸 미술사학계 원로 진홍섭(진홍섭·82·6·25 당시 개성박물관장) 박사로부터 ‘1·4 후퇴 때 개성박물관 문화재 100여점을 수위 및 동네사람들과 함께 개성에 묻었다’는 증언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심 의원은 “유물을 묻은 네 사람 모두 남으로 왔지만 진 관장을 제외한 나머지 세 사람은 작고했기 때문에 이 유물이 묻힌 곳을 아는 이는 진 박사뿐”이라고 말했다.

진 박사도 조선일보와의 통화에서 “심 의원 말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진 박사는 “다만 묻힌 문화재가 100점이 아니라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민천사(민천사) 석불과 고려청자 3점 등 10점 정도”라고 밝혔다.

진 박사는 개성박물관장 재직 당시 개성 일대에서 교전이 잦자 49년 쌍영총 고구려 벽화조각 등을 서울로 옮겼다.

한때 북한에 점령됐다가 50년 10월 수복된 개성에 돌아온 그는 유물을 추가로 옮기려 했지만, 갑작스런 중공군 참전으로 시간이 부족해 서둘러 묻었다는 것. 심 의원은 국감에서 중앙박물관장과 문화부 차관에게 “북한에 제안해 개성 문화재를 발굴할 수 없는가” 하고 물었다.

하지만 진 박사는 “문화재는 제대로 보존할 수 있는 조건이 완비됐을 때 발굴하는 게 가장 안전하다”며 “묻은 곳은 생생히 기억하지만 아직은 위치를 밝히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지형 기자 jih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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